준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힘으로 밀어붙인 호주는 한 방이 있었다.
한국은 31일(한국시각) 개최국 호주와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충돌했다. 무대는 호주 시드니의 호주스타디움이었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베스트 11에 변화를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 자원인 박주호(28·마인츠)에게 왼쪽 윙어 역할을 부여했다. 박주호는 조별리그 3경기, 8강, 4강 등 5경기에서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함께 중원을 사수했다. 그러나 공중볼 장악이 중요해진 결승전에서 1m76의 단신인 박주호의 포지션 변경은 불가피했다. 박주호 대신 중원에서 공중볼 싸움을 위해 장현수(24·광저우 부리)가 부름을 받았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 가능한 장현수는 1m87의 큰 키를 보유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는 전반에 통했다. 날카로운 공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었다. 박주호는 전반 5분 재빠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깜짝 돌파로 호주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당시 이반 프란지치의 경고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의 활동 범위는 왼쪽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윙포워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왼쪽 풀백 김진수의 오버래핑 때는 빈 공간의 커버 플레이도 돋보였다.
이날 호주는 당황스러워했다. 한국의 강한 압박과 탄탄한 조직력에 전반 중반부터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17분부터 백패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패스미스도 잦아졌다.
그러면서 흐름이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계속해서 득점 찬스가 연출됐다. 전반 23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골문 앞쪽으로 쇄도하던 곽태휘의 헤딩슛이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호주의 압박을 뚫어내자 공간이 많이 났다. 그러나 손흥민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전반 36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왼발 발리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전반 38분에도 차두리의 땅볼 크로스를 손흥민이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수비수에 맞고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 41분에도 좋은 득점 찬스도 맞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제이슨 데이비슨이 장현수의 유니폼을 잡아 아크 서클에서 간접 프리킥이 주어졌다. 그러나 기성용의 프리킥은 힘없이 포물선을 그렸다.
수비진은 그야말로 완벽한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호주의 크로스를 원천 봉쇄했다. 전반 31분에는 차두리와의 몸 싸움에서 밀린 매튜 레키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듯 짜증을 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호주는 한 방이 있었다. 측면이 봉쇄당하자 중앙 공격을 노리던 호주는 전반 추가시간 선제골을 터뜨렸다. 마시모 루옹고의 중거리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제 45분만 남았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선 골이 필요한 슈틸리케호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