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亞컵]못다한 슈틸리케 감독 비하인드스토리

by

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지난해 10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3개월 만에 나선 국제대회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부진 이후 열리는 메이저대회이기 때문에 팬들의 눈은 우승을 향해 있었다. 부담이었다. 그러나 부딪히기로 했다. 그의 결연한 의지는 호주 시드니에 차려진 베이스캠프로 출국하기 전 드러났다. 한국에 혼자 남아있어야 할 아내를 스페인으로 돌려보냈다. 국제대회에 아내를 데려올 수도 있었지만, 감독 임무에만 신경쓰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가 드러났다.

이밖에도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전에 돌입하는 태극전사들의 사기를 100% 충전시켜 그라운드에 내보낸다. 직접 나선다. 태극전사들이 라커룸에서 나와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 통로 옆에 선다. 사진 기자들과 함께 섞인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선수들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만전부터 시작된 슈틸리케 감독과의 하이파이브가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전 선수들과의 하이파이브를 하지 못했던 경기가 있었다. 바로 17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이날이야말로 하이파이브가 필요했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조 1위의 운명이 걸린 경기였다. 베스트 11에 또 다시 파격이 일었다. 원톱에 '무명'이던 이정협(24·상주)이 섰고,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진 조합도 바뀌었다. 이청용(27·볼턴)이 부상으로 귀국한 상황에서 그 동안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할 동선이 짧아 타이밍을 놓쳤다. 대회 관계자들은 빨리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입장시켜야 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내내 안절부절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 없이도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과 같이 이기려는 정신력을 가지고, 특히 한 두 명의 선수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써 모든 선수들이 뛰어주는 것이 앞으로 더 향상된 팀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황당한 사연이다. 26일(한국시각) 이라크와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결승전. 이날도 비가 내렸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 5경기 중 3경기를 빗속에서 치렀다. 이제 익숙해질만도 하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황당함을 경험했다. 정장 차림의 슈틸리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어김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90분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선수들과 똑같이 테크니컬 지역에서 비를 맞으면서 지휘했다. 심판 판정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고, 박수를 치며 실수한 선수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목에 걸었던 출입증을 잠깐 대표팀 관계자에게 맡기고 탈의실로 들어가려했다. 그런데 보완요원이 슈틸리케 감독을 가로막았다. 출입증 없이는 절대 탈의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보안 요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방금 경기를 끝낸 감독이었다.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안 요원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대표팀 관계자가 다시 출입증을 걸어주고서야 슈틸리케 감독은 탈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 전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