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10-10) 이죠!"
3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만난 '첼시 10번' 지소연의 새해 각오는 시원시원했다. 지난해 11월말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시즌 종료 직후 귀국해 2개월여의 휴가를 마치고, 이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작년보다 나은 활약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첼시 레이디스 첫시즌이었던 지난해 19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며 WSL 140명의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더 나은 활약이라는 말에 "두자릿수?"라고 반문하자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텐-텐(10-10)이죠." 10골, 10도움을 이야기했다. "작년보다 공격적으로 더 잘하는 것, 팀 성적도 더 올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준우승했으니 올해 목표는 우승"이라며 웃었다.
매년 중하위권을 맴돌던 첼시레이디스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지메시 효과'로 첼시 레이디스의 성적은 7위에서 2위로 수직상승했고, 창단 첫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팀의 약진에 구단은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지소연이 최고 대우를 약속하던 고베 아이낙을 떠나 새로운 도전, 첼시를 택한 가장 큰 이유다. 첫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대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일단 설렌다"고 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니 남자경기 전에 여자경기를 하더라"고 했다. 그녀의 눈은 가장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처음 나가는 거니까, 결코 쉽지 않겠죠. 그래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축구 매거진을 펼쳐보던 지소연의 시선이 세스크 파브레가스에게 머물렀다. 동네 커피집에서 아자르, 오스카 등 첼시 에이스들을 종종 마주친다는 그녀는 "올해부터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남자팀과 훈련시간이 비슷하게 조정될 것같다"고 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중흥의 해다. 6월 캐나다월드컵에 나선다. 12년만의 출전에서 첫승을 넘어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1월 중국 쉔젠4개국 친선축구에서 준우승했다. 2월 키프러스컵에서도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올해부터 룰이 바뀌면서 한국도 우승 가능한 조에 처음으로 편성됐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캐나다와 한조예요. 캐나다에게 지난 4개국 친선축구에서 아쉽게 졌으니까, 이번엔 꼭 이겨야죠. 목표는 물론 우승이고요." 언제나처럼 패기만만했다.
대한축구협회가 4월 예정으로 추진중인 여자축구 사상 첫 A매치 유치에도 기대감을 표했다. "누구랑 붙든 처음으로 국내에서 여자축구 A매치가 열린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작이 반이니까요. 한번 하게 되면 앞으로도 게속 하게 되겠죠?"라며 웃었다. "A매치가 열리기만 한다면 어디서 해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상암벌(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