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제주 감독은 여전히 축구팬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제주의 전신인 부천SK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였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전북 유스팀, 수석코치, 제주 2군 감독 등을 지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올시즌 새롭게 제주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함께하며 살펴본 조 감독에게는 그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소통
인터뷰를 나눈 선수들의 입에서 이구동성 나온 말이 있다.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분위기가 좋아요."
제주가 조 감독을 선임하며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소통'이다. 조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배고픈 선수, 부족한 선수, 좌절한 선수들을 어루만졌다. 격없는 대화로 늘 선수들 편에 다가섰다. 감독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달변가는 아니지만 편안한 대화로 분위기를 이끈다.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감독이 먼저 다가서니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연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많이 편하대요? 그러면 안되는데"라고 웃은 뒤, "어차피 함께 하는 팀이다. 소통이 잘될 수록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규율
오후 훈련을 앞둔 4시. 선수 한두명이 허겁지겁 짐을 챙겨 문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버스는 그들을 두고 그대로 출발했다. 예정된 모임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 규율을 강조하고 있다. 함께 약속한 것을 어길시에는 가차 없이 벌금을 매긴다. 시간 엄수, 식사 매너, 핸드폰 예절 등은 조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터키 전훈에서만 100만원이 넘는 벌금을 걷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10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프로선수로서의 자세, 태도, 인성, 존중, 배려, 목표의식, 습관, 즐거움, 리더십, 의지 총 10가지에 대해 얘기했다. 팀에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작전, 전술도 중요하지만 그건 내 몫이다. 선수들이 서로 이 10가지를 기억한다면 왜 승리하지 못하겠나"고 했다.
▶투지
조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강한 승부욕'이었다.
조 감독은 선수시절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유명했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것이 '투지'와 '열정'이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OK'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정신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연습장에서부터 몸을 날리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연습경기에서 패해도 웃던 예전의 모습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물론 아직 만족할만한 단계는 아니다. 조 감독은 "상대가 아직 우릴 보고 주눅든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있다. 더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탈리아(터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