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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재활군 오키나와 탈출러시, 야수는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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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Exodus)!'

하루가 멀다하고 탈출 소식이 들린다. 발신지는 일본 최남단의 따뜻한 섬 오키나와. '일본의 하와이'로 불리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인 이곳에는 한화 이글스의 재활군 캠프가 마련돼 있다. 휴양지에 차려진 캠프. 언뜻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은 정반대. 이곳에는 또 다른 형태의 '지옥캠프'가 운영되고 있다. 김성근(73) 감독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선수들의 몸상태를 끌어올린 뒤 고치 메인캠프로 보내는 게 오키나와 캠프의 최종목표. 그래서 선수들은 메인캠프 이상의 땀을 처절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런 처절함 때문일까. 오키나와에서 고치 캠프로 재배치 지시를 받은 선수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몸상태 회복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26일 좌완투수 유창식이 가장 먼저 오키나와를 탈출해 고치에 합류하더니, 27일에는 배영수가 왔다. 이어 29일에는 베테랑 박정진과 FA로 영입한 송은범, 그리고 한화의 '라이징선' 이태양이 무더기로 고치에 들어왔다.

이렇게 합류한 5명.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다. 팀 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들이기 때문. FA로 영입한 배영수와 송은범은 당장 올해 선발 로테이션을 맡아줘야 한다. 또 이태양과 유창식 역시 선발에서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들. 박정진은 지난 몇 년간 한화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온 뿌리깊은 소나무같은 존재다. 다들 즉시전력감이다. 당연히 김 감독도 흡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오키나와 대탈출' 현상에는 한 가지 의아한 면이 있다. 캠프 개시 보름가까이 되는 동안 투수 5명이 재활을 마쳤는데, 아직 야수 중에서는 아무도 탈출비행기에 오른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오키나와에 있는 야수들도 대부분 만만치 않은 이름값을 지닌 선수들이다. 이용규와 최진행 노수광(이상 외야수), 그리고 송광민 한상훈 이학준(이상 내야수) 등 총 6명의 야수들이 재활 중이다. 이 가운데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한상훈은 이미 베테랑 반열에 접어든 인물들. 팀내 비중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 구체적으로 고치 캠프 합류시기가 결정된 인물은 없다. 왜 일까. 투수들은 이미 5명씩이나 재활을 마쳤는데, 타자들은 왜 쉽게 탈출하지 못할까. 훈련에 집중하지 않아서일까.

적어도 '훈련에 집중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는 빼야한다. 김성근 감독 체제가 된 이후 한화 캠프에서 열외는 사라졌다. 누구도 정해진 훈련량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들 역시 각자 상태에 맞게 전해진 훈련프로그램 어느 누구에 못지 않게 열심히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수진의 회복이 늦는 이유는 하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데미지가 가볍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용규와 최진행 한상훈 등은 모두 최근 1년반 사이에 수술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용규, 최진행은 지난 2013년 9월에 각각 어깨와 무릎 수술을 받았다. 한상훈 역시 지난 11월말 오른쪽 발목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또 송광민도 수술을 받진 않았지만, 팔꿈치 부상이 적지 않다. 이미 지난해 말 오키나와 마무리훈련 때부터 '특별관리대상'이었다.

결국 오키나와에 있는 야수조들은 대부분 100% 컨디션 회복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투수조에 비해 탈출이 늦어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최대한 시간을 허락하겠다는 입장. 김 감독은 "절대 무리하게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쪽(오키나와)에서 완벽한 ok 사인이 나와야만 고치로 오게할 생각이다. 그 선수들은 자칫 더 크게 다칠수도 있다"고 밝혔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한 꼼수를 쓰지는 않겠다는 게 김 감독의 원칙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