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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같았던 NC 원종현, 그가 담담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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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추운 겨울에도 얇은 잎 몇 장으로 버텨내 붙은 이름이다.

철저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8년만에 1군 마운드에 선 NC 다이노스의 원종현(28)의 삶도 인동초와 많이 닮아있다. 그런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왔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칭 도중 어지럼증으로 중도귀국한 그는 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원종현은 29일 오전 9시 30분, 수술대에 올랐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대장 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 22일과 24일 불펜피칭을 하면서 두 차례 어지럼증을 느꼈을 때만 해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려고, 귀국 후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생각치도 못한 판정을 받았다.

혹독한 인고의 세월을 견뎌서 일까. 그는 담담했다. 병원에 동행한 NC 트레이너들에게 "괜찮다. 꼭 이겨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암 판정에도 담담한 모습에 구단 직원들이 놀랐을 정도였다.

원종현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고교 시절 그는 유망주였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을 받았다. 지명순위에서도 나타나듯, 많은 기대를 받았던 투수였다.

하지만 1군 마운드는 멀기만 했다. 기대를 받았으면 한 번쯤 밟아봤을 1군 마운드도 그에겐 멀기만 했다. 2008년 경찰청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오자마자,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2군에서 시즌을 준비하던 2010년 3월, 원종현은 유니폼을 벗게 됐다.

팔꿈치 상태가 문제였다. 입단 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를 기다려줄 팀은 많지 않다. 원종현은 방출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와 뼛조각 제거술을 함께 받았다. 수술과 재활로 1년 반이 그냥 날아갔다. 그리고 재활이 한창이던 2011년, 프로야구 아홉번째 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 소식이 들렸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못했던 원종현은 2011년 10월, 전남 강진에서 NC 캠프가 시작되자 직접 찾아가 테스트를 받았다. 기자는 당시 NC의 첫 훈련을 취재하러 강진에 내려갔다 LG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을 봤다. 당시 구속은 140㎞대 초중반. 최일언 투수코치를 비롯한 NC 코칭스태프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합격점을 내렸고, 원종현은 곧바로 NC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원종현은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였다. NC 입단 후, 투구폼을 교정했다. 누가 시켜서는 아니었다.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런저런 폼으로 캐치볼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았다. 오버핸드스로에서 팔 각도를 낮추고 나니, 팔스윙이 짧아져 공에 회전력이 붙는 효과를 봤다. 그렇게 생소한 스리쿼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NC가 퓨처스리그(2군)에서 1년을 보내고 1군에 진입한 2013년, 원종현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직까지 1군에서 쓰기엔 '미완성'이었다. 다시 2군과 3군에서 자신에게 맞는 팔 각도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실전에서도 직구만 던지면서 가장 좋은 공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원종현은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스리쿼터형 투수가 됐다. 자신감이 생기자, 거침이 없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어 1군 데뷔와 함께 곧바로 '필승조'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프로 9년차 시즌에 늦깎이 1군 데뷔에 성공한 원종현은 73경기서 5승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155㎞짜리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팀의 포스트시즌 첫 승이 달린 경기에서 그는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태어나서 가장 빠른 공은 그와 팀에게 역사에 남을 포스트시즌 1승을 안겼다.

그의 투병 소식을 듣고 나서, 155㎞를 던진 뒤에도 "팀이 이기는 상황이라 나도 모르는 힘이 나왔다"고 말했던 그가 기억 났다. 개막 전에 만나 "경험이 없어 떨리기도 하지만,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잘 되든 안 되든 자신감 있게 후회 없이 던지려고 한다"는 그의 말도, 시즌 중에 활짝 웃으며 "예전엔 상대에 긴장하기 보다는 스스로 무너졌다. 이젠 마음이 강해졌다. 야구를 더이상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용기가 생기더라"는 말도 떠올랐다.

수술 후에도 그는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하지만 8년이라는 추운 겨울을 이겨냈듯, 이번에도 당당히 일어서리라 믿는다. 그는 충분히 자신감과 용기가 있는 선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