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제주의 불안요소는 수비였다.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갖고 있던 제주는 불안한 뒷문 때문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시즌 제주가 달라졌다. 37실점으로 전북(22실점), 서울(28실점)에 이어 K리그 클래식 최소실점 3위에 올랐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 역시 기존의 수비라인에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오반석(27)-알렉스(26) 중앙 수비 콤비를 믿기 때문이다.
중앙 수비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반석의 영어실력이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오반석은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호주로 축구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알렉스의 한국어 실력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2013년 K리그 챌린지의 수원FC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알렉스는 이제 웬만한 한국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평소에도 한국어 과외를 받는 등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경기 중에 알렉스가 수비라인 선수들에게 "나가", "들어와" 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오반석은 "소통이 잘 되는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다.
서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칭찬을 늘어놓는다. 오반석은 "알렉스의 스피드가 워낙 대단하다. 외국인선수는 느린 편인데 알렉스는 스피드에 제공권까지 갖췄다. 여기에 커버링이 워낙 좋아서 내쪽으로 오는 수비만 막으면 된다"고 했다. 알렉스도 "오반석은 수비라인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내 위치를 정확히 찾아준다. 태클도 좋아 함께하기에는 편한 파트너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둘은 원정경기에서 함께 방을 쓰고, 휴식시간 동안 같이 식사를 하는 등 경기장 밖에서도 '절친'이다. 알렉스는 "오반석은 재밌는 친구이자 좋은 리더"라고 웃었다.
오반석은 올시즌 제주의 주장이 됐다. 오반석 개인에게는 생애 첫 주장이다. 주장이 된 후 첫 전지훈련인만큼 고민도 많았다. 오반석은 "아직 어려움이 있다. 원래 싫은 소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위치가 위치인만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했다. 다행히 중고참 형들과 코칭스태프들이 도와주고 있어, 오반석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알렉스의 시선은 지금 아시안컵이 펼쳐지는 고국 호주를 향해 있다. 호주대표팀에 그와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케이힐의 백업으로 활약 중인 주리치는 알렉스의 고등학교 후배이며, 전북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윌킨슨은 유스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알렉스지만호주대표팀의 성적을 문는 질문에는 "한국 기자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웃었다.
오반석과 알렉스, 두 선수의 목표는 같았다. 모두 팀을 최소실점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알렉스는 "우리가 최소실점을 이끌어야 팀이 우승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오반석은 "수비는 당연히 우리가 해야할 임무다. 최소실점을 해야 3위권 진입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올려 '골 넣는 수비수' 칭호를 얻고 싶다"고 했다.
안탈리아(터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