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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송진형이 안하던 태클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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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형(28·제주)은 순둥이다.

동료들, 심판, 심지어 상대편에게도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낸다. 플레이스타일도 성격대로다. 참 깔끔하다. 반대로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송진형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단계 넘지 못하는 이유를 '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송진형이 달라졌다. 과감한 몸싸움은 물론이고 평소 안하던 태클도 서슴치 않는다. 훈련임에도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송진형은 "5월말에 아이가 태어난다. 결혼할때도 막연하게 그런게 있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는 시기가 가까워질 수록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 과거에는 '이거 아니면 딴거 하지' 이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연습 때마다 몸을 날리고 있다"고 했다.

송진형의 축구인생은 다소 정체됐다. 2012년 제주에 입단하며 K리그에 복귀한 송진형은 곧바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가 될 것이라 했던 송진형은 2013, 2014년 평범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이상 A대표팀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라이벌이었던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박주호(마인츠) 등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송진형은 "솔직히 부럽다. 5~6년 전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잘했을텐데 하는 후회가 든다"며 "다시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국가대표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일단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송진형은 약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수비력 개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조성환 감독님이 강한 축구를 원한다. 기존의 기술축구에 수비축구를 접목시키려고 하고 있다. 몸싸움이 약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부딪히려 한다"고 했다. 동시에 욕심도 내려 놓았다. 송진형은 "2012년에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이 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2012년 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무리한 플레이를 하니까 몸까지 힘들어졌다. 올시즌에는 포인트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송진형의 첫 아이 태명은 '쏭쏭이'다. 송진형의 성을 따 만든 이름이다. 그는 첫 아이의 탄생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축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본인의 노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거창한 것보다는 소박하게 '30경기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한경기 한경기 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달라진 송진형은 올시즌 제주의 키를 쥐고 있다.

안탈리아(터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