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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인터뷰] 서장훈, "농구, 평생 아쉬움으로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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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이 MBC 주말 예능을 장악했다. 개편된 '세바퀴'의 MC를 꿰차더니, '무한도전'의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큰 재미를 선사했다. 거기에 '일밤-아빠, 어디가?'의 후속 프로그램 '애니멀즈'에도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도 심심치않게 얼굴을 비추며, Mnet '야만TV'의 MC도 맡았다. 농구스타 서장훈이 방송인 서장훈으로 제대로 변신했다. 키 2m7, 몸무게 115kg의 좋은 체격과 국내 농구 역사상 최초로 1만 득점 달성이라는 업적을 남긴 '국보급 센터'다. 그가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다니. 2013년 3월 은퇴 이후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바쁜 그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갔다. 2m가 넘는 그가 캠핑카에 오르니 8인승 캠핑카가 비좁아보였다. 서장훈은 모르겠지만 테이블 위치를 몇 번이나 바꿨는지 모른다. 결국 그의 긴 다리는 직선이 아닌 대각선으로 뻗을 수 밖에 없었다.



─ 대단한 농구선수였다. 인기도 엄청났다. 그 시절이 그립지 않나.

▶ 그립다?(서장훈은 작게 한숨을 쉰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건 참 어려운 얘기다. 그립긴 한데 지금 나보고 "농구 다시 할래?"라고 하면 안 할 것 같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농구를 다시 한다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좋아진 서장훈으로 다시 태어나 농구를 하고 싶다.



─ 방송 출연으로 화제가 돼 잘 몰랐는데 농구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것 같다.

▶ 다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엔 농구 중계도 안 됐고 했으니까 내 대학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내가 프로선수가 되고나서 뭘 했는지는 사실 많은 대중들이 잘 모른다. 그러다 은퇴하고 방송에 나오니까 중간이 붕 떠버린 거다. 방송 나오고 반응 좋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업되고 들뜨기엔 선수로서 지내온 시간과 해온 것들이 너무 많다.



─ 그런데 왜 코치나 감독의 길을 걷지 않았나.

▶ 나는 안 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쉬고 있는 거다. 나중에는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다. 어느 선수든 자기 색깔에 맞는 팀을 만들어 감독해보고 싶은 꿈이 왜 없겠나. 보통 선수들이 나이 먹고 은퇴할 때 쯤 되면 다른 생각들을 한다. 자기 장래를 미리 모색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건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퇴하는 날 시합 전 인터뷰에서도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시길래 "조금 있다 유니폼 입고 나가서 뛰는 것"이라고 했다. 계획은 선수 생활이 끝나고 세워도 늦지 않는다. 당장 내가 다른 생각이 있는데 그게 무슨 경기가 되겠나.



─ 농구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는 것 같다.

▶ 평생 아쉬운 생각으로 살 것 같다. 은퇴할 때도 더 잘하고 싶었다. 통산 리바운드는 다 내가 1위였는데도 더 많이 잡고 싶었고, 득점하고 싶었다. '왜 그거밖에 못했을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평생 살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태어나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갖고 다시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한거다.



─ 그래도 이젠 새로운 꿈이 생기지 않았을까.

▶ 처음 농구를 하면서 오로지 단 하나의 인생 목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훌륭한 농구선수가 되자'는 거였다. 그렇게 살았다. 그외에 다른 꿈과 목표도 없었고 나한테는 다른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꿈이 끝났다. 은퇴했으니까 더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꿈이 없는 거다.



─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나.

▶ 꿈을 이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내가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평가는 대중이 하는 거다. 내 한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에 평생 아쉬워하면서 살 것 같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