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나이츠는 '빅포워드' 군단으로 불린다. 가드 한 명에 포워드 네 명을 쓰는 농구로 지난 두 시즌 동안 큰 재미를 봤다. 하지만 어느 팀이든 전략이 성공하면, 상대의 분석이 뒤따르는 법.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포워드 농구를 하는 SK에서 애런 헤인즈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득점력이 뛰어난 포워드 헤인즈는 SK 공격의 중심이다. 헤인즈와 빅포워드들(최부경 김민수 박상오 박승리)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니, 상대적으로 약해진 포지션이 있다.
또다른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가 그렇다. 골밑에서 강점을 가진 센터. 하지만 헤인즈의 출전시간(평균 27분 28초)이 지난 시즌(23분 27초)보다 늘어나면서 자연히 심스의 활용폭이 줄었다. 2012년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심스는 SK 유니폼을 입은 뒤, 출전시간이 급격히 감소했다. 올 시즌(13분 51초)에는 지난 시즌(19분 1초)보다 5분 이상 줄었다.
물론 억지로 심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잘 되는 쪽을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심스는 최근 세 경기 모두 20분 이상 뛰었다. 김민수와 박상오의 부상으로 포워드 라인에 공백이 커지자, 심스를 활용한 정통 라인업으로 승부한 것이다.
세 경기 성적은 괜찮았다. 22일 모비스전에서 28분 29초를 뛰며 17분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심스는 24일 KCC전에서 28분 52초 동안 18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 경기 연속 더블-더블. 26일 kt전에서도 21분간 15득점 9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심스를 쓰면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심스의 체력 문제다. 코트에서 쉬어가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심스의 출전시간을 계속 줄인 여파였다. 문 감독은 "심스가 뛰면, 제공권이 좋아지고 외곽 공격이 원활해 진다. 하지만 최근에 10~15분 가량 뛴 탓에 4쿼터에 코트에서 쉬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두 명으로 최적의 조합을 내는 건 모든 팀의 과제다. 두 명 모두 좋은 선수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헤인즈와 심스라는 좋은 자원을 가진 SK는 상황이 좋은 편이다.
문 감독도 "출전시간을 잘 조절해 약점을 커버하고, 강점은 더 높이는 식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kt전에서는 이러한 분배가 잘 됐다. 적절하게 헤인즈와 심스를 교체하면서 절반씩 출전시간을 나눠가졌고, 둘은 나란히 15득점씩을 올렸다. 심스의 체력도 감안한 것이다.
여기에 심스를 활용할 때, 빅포워드 대신 투입되는 가드들의 활약도 빛났다. 골밑에서 강한 심스가 들어갔을 땐, 심스로 인해 외곽에 파생되는 찬스가 많아진다. 외곽에서도 두 명의 가드가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는 포인트가드 김선형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최근 SK는 신인 이현석과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형철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이현석과 박형철은 심스가 20분 이상 뛴 최근 세 경기에서 나란히 출전시간이 급증했다.
문경은 감독은 "빅포워드들이 수비나 리바운드 제공권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인다. 신장이 작은 팀 상대로는 1가드 4포워드가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신장이 비슷한 모비스 등의 팀에서는 같이 저득점으로 간다"며 "이럴 때 외곽에서 김선형이 활발히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현석과 박형철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탯이 안 나오더라도 둘은 김선형의 버거운 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굉장한 효과다. kt전에서도 김선형이 이재도를 따라 다니느라 체력 문제가 있었는데, 둘 덕분에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는 심스의 활용법을 두고, 매 시즌 고민해왔다. 이제 그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동시에 이현석과 박형철이라는 두 가드도 발견했다. 김민수와 박상오의 동반 이탈로 고전했던 SK지만, '전화위복'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