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최근 3년 간 최악의 성적을 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는 두 팀의 행보가 극과 극이다. 팀 재건이 1차 목표인 건 분명한데, 김성근 한화 감독(73)과 김기태 KIA 감독(46)의 접근법은 상당히 다르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을 움켜지고 몰아치는 스타일인데, 김기태 감독은 밑그림을 제시하고 자율을 강조한다. 김성근 감독이 전면에 나서 선수를 독려할 때 김기태 감독은 뒤에서 지켜보며 상황을 체크한다. 70대 백전노장과 40대 최연소 사령탑의 상반된 모습이 흥미롭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이 한화이고, 가장 뜨거운 이슈를 생산하고 있는 지도자가 김성근 감독이다. 지난해 말 취임 후 줄곧 그랬다.
널리 알려진대로 김성근 감독은 세밀하고, 치밀하고, 꼼꼼하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직접 챙긴다. 자신의 뜻대로 준비가 안 돼 있거나, 의도한 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쓴소리를 쏟아낸다. 한화의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를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게 '지옥훈련'이고, '헉헉' 숨을 몰아쉬는 선수의 일그러진 얼굴 사진이다.
투수 김광수가 캠프 도착 하루 만에 귀국했다. 러닝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고, 몸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팀 기강을 세우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김성근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마무리 훈련에 이어 이번에도 한화는 최대 규모로 선수단을 꾸렸다. 훈련의 질에서나 양에서나 최고를 원한다.
'기본'을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은 호랑이 선생님처럼 이전까지 해 온 방식, 자세를 거침없이 질타한다. 김 감독은 한화의 약점으로 수비를 지목하고 "너무 약하다. 기본이 안 돼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 눈높이에서 이글스 선수들은 배움이 부족한 '아이'이고, 가르침이 필요한 '학생'이다. 한화의 이전 야구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휴식일에 일부 선수를 불러내 수비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은 녹초가 된곤 한다. 만년 꼴찌팀 한화로선 감내할 수밖에 없는 강행군이다.
김기태 감독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만 선이 굵다.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실시한 체력테스트에서 김진우가 준비 부족을 드러내자 스프링캠프 참가선수 명단에서 뺐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게 밝은 분위기, 활기찬 훈련을 주문했다.
김기태 감독은 "나는 하나하나 지시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가 왜 준비가 필요하고, 왜 훈련을 해야하며, 어떤 플레이가 좋은 건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KIA 캠프에서는 각 파트별 코치가 전권을 쥐고 훈련을 끌어간다. 요즘 오키나와 KIA 캠프에서 가장 바쁜 코칭스태프가 이대진 투수 코치, 김민호 수비 코치라고 한다.
선수별 훈련량도 차이가 있다. 베테랑 선수들은 신인급 선수보다 정해진 훈련이 적다. 나이, 경험에 따른 체력을 고려했다. 또 체력적인 면을 감안해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을 잡았다. 기본 훈련 외 시간은 코칭스태프가 간섭하지 않는다. 선수가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알아서 보충하도록 유도한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라는 의도에서다. 선수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감독이 뭘 원하는 지,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한화는 최근 3년 연속으로 최하위에 그쳤고, KIA는 5위-8위-8위에 머물렀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이 끝나고 사령탑 교체가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 겨울 행보가 크게 달랐다. 한화가 FA(자유계약선수) 투수 3명을 보강한 반면, KIA는 움직이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취임하고 전력 보강을 한 한화는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KIA의 올시즌을 밝게 보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훈련을 과정일 뿐이다.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1990년대 중후반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사령탑, 선수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 김기태 감독의 자율훈련이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이래저래 흥미로운 2015 시즌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