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저 모건(35)은 '독수리 군단'의 날카로운 부리가 될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모건이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지난 25일 일본 고치시에 차려진 한화 스프링캠프에 다른 두명의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36), 미치 탈보트(33)와 함께 들어와 김성근(73) 감독과 팀 동료들에게 합류 인사를 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가 바로 모건이다. 유먼과 탈보트는 이미 한국 팬에게 익숙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유먼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지난해까지 3년간 에이스 역할을 했던 뛰어난 외국인 투수다. 탈보트 역시 지난 201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14승(3패)을 거뒀던 투수다. 이들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모건은 한국 리그에 처음으로 오는 선수다. 이미 합류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지난해 한화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과정이 한화 팬들의 주목을 끌었다. 개성이 뚜렷하고 파이팅이 강한 피에는 저조한 성적에 지친 한화 팬들에게 활력소를 주는 존재였다. 팬은 그와의 재계약을 원했다. 구단 역시 확실하게 재계약 의사를 가지고 협상을 추진했었다. 피에 또한 한화 잔류를 원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피에의 에이전트가 지나치게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결국 재계약이 최종 결렬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포스트 피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모건은 바로 그런 상황 속에서 한화에 오게된 것.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은 모건에게 두 가지를 바라고 있다. 하나는 피에를 능가하는 파이팅과 강한 캐릭터를 보여줄 것. 다른 하나는 탄탄한 중견수로서 기여하는 것이다.
모건은 메이저리그 시절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상대 선수와의 언쟁, 몸싸움, 팬과의 충돌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2013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시절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토니 플래시'라는 별명과 특유의 'T-세리머니(양 손을 T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해 큰 사랑을 받았다. 문제를 일으킨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어린 아이들도 좋아하는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은 이런 모건의 진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조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김 감독이 문제요소를 갖고 있는 선수를 데려올 리 없다. 이미 요코하마 구단쪽을 통해 모건의 성격과 특징, 경기력 등에 대한 정보를 다 받고 나서 영입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요코하마 구단에서 착하다고 하더라. 수비력이 뛰어나 중견수로 쓸 생각"이라고 고치 캠프에서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모건 역시 김 감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파악한 듯하다는 점. 요코하마 시절의 채널이든, 한화 구단을 통해서든 김 감독의 위상을 알게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캠프 합류 때 모건은 김 감독을 보자마자 90도로 '폴더 인사'를 했다. 외국인에게는 익숙치 않은 인사법인데, 아마도 일본리그의 경험을 통해 배운 듯 하다.
순조롭게 모건을 품에 안은 김 감독은 일단 '수비력'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애초부터 '수비형 외국인선수'로 낙점했다. 포지션도 이미 중견수로 고정했다. 팀 수비력의 근간인 '센터라인'의 정점이다. 바꿔 말하면 모건이 잘 해줘야 팀의 수비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뜻. 그만큼 모건의 역할이 중요하다. 홈런 20개 치는 것보다 외야 중앙에서 실책없이 잘 잡아주고,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진루를 막는 게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더불어 모건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한화의 '약자 이미지'를 지우는 것도 필요하다. 야구는 '기싸움'도 중요하다. 그간 한화 타자들은 지나치게 순한 이미지가 있던 게 사실이다. 상대방을 그다지 압박하지 못했다. 그걸 지난해 피에가 어느 정도 바꿨다. 이제는 모건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T-세리머니'를 앞세워 승부욕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