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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자율훈련 3년차, 선순환 효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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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표현하자면, 지옥과 천당의 차이일까.

일본과 미국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에서 '극과 극'인 훈련 방법이 화제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 이글스는 일본 고치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지옥 훈련' 얘기만 들린다. 반면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 부임 3년차를 맞아 '자율 훈련'이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한화의 지옥 훈련은 야구장에서 점심을 먹는데 할애된 시간이 고작 '20분'이란 말로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선수들은 도시락과 우동으로 빠르게 허기를 채우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선다. 쉴 새 없이 훈련이 계속 된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실내연습장으로 향해 야간훈련까지 마치면, 밤 9시가 넘는다. 하루 12시간 이상 야구에만 매달리는 스케줄이다.

반면 넥센은 정해진 스케줄이 오후 2시 전에 모두 끝난다. 공식적인 훈련 소집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대신 대부분의 선수들이 알아서 아침 일찍 야구장에 나와 월풀에서 마사지를 받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식으로 2~3시간을 보낸다.

오전 9시 30분 그라운드에서 워밍업이 시작돼 각자 정해진 스케줄대로 팀 훈련을 소화한다. 점심을 먹는데 할애된 시간은 1시간에 가깝다. 그리고 오후 2시면 공식 팀 훈련은 종료된다. 엑스트라 워크가 있는 선수들만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따라 훈련을 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뒤로, 이러한 '자율 훈련' 시스템이 정착됐다.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해 과감하게 경기 전 훈련에서 제외시키고, 각자 알아서 컨디션 조절을 하도록 배려한다.

염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 개개인이 만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 방식을 통해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김민성 등이 만들어졌다. 자율 훈련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임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각자에게 효율성이 높은 방법을 찾는 방식인 것이다. 넥센의 스타플레이어들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두 치열한 개인 훈련 끝에 자신의 야구를 완성했다.

자율 시간이 많지만, 선수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타격훈련을 하면서 코칭스태프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구한다. 이미 성공한 선수들의 전례를 보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넥센의 자율 훈련은 한화의 지옥 훈련만큼 인상적이다. 3년이란 시간을 통해 앞서 성공한 선수들을 보고 배우는 '선순환' 효과까지 생겼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