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터졌다. 부활 무대는 호주였다.
'손날두' 손흥민(23·레버쿠젠)이 날아올랐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즈벡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후반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4강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첫 골을 터뜨렸다. A매치 10경기 무득점 부진에서도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환한 웃음이 번졌다.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았다." 특유의 위트가 살아났다. 손흥민은 골 부담에 대한 질문에 "나는 부담감을 안 느꼈는데 주위에서 더 부담을 느끼게 만들어주셨다.(웃음) 나는 단지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에 나가면 쏟아부을 수 있는 건 쏟으려고 했다. 솔직히 부담감이 골로 인해 확 날라갔다기보다 골이 터져서 기분은 좋다"고 덧붙였다.
연장 후반 쐐기골을 박고 손흥민은 쥐가 난 듯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는 "시간 끌려고…(웃음) 농담이다. 다들 힘드니까 그렇게해서라도 회복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골결정력도 좋았지만, 김진수와 차두리의 도움이 컸다. 손흥민도 인정했다. 명언을 남겼다. 그는 "내가 골을 넣지만 두 골 모두 동료들이 너무 잘 맞춰줬다. 그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은 격이다. 첫 골은 진수가 크로스를 기막히기 올려줬다. 두 번쩨 골은 두리 형이 깔끔하게 넣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손흥민과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심각했다. 졸전 끝에 승리한 원인을 찾아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손흥민에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는데 멀티골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아주 오랜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손흥민의 체력적인 면 때문에 교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100% 몸상태가 아니었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많은 골을 잃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선수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칭찬속 조언을 잘 새겨 들어야 한다. 손흥민은 슈틸리케호의 주포다. 레버쿠젠의 공격수일 때는 특급 도우미들이 많다.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선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동료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펼쳐진다. 이 때 더 침착하게 득점포를 가동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네 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의 장점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 그러나 침착성이 때로는 부족한 모습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추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 속도를 줄이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좀 더 조직적이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특별함이 필요하다. 코너킥이 대부분 짧아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후반처럼 킥이 좋은 기성용에게 전담 킥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세트피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날카로운 슈팅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손흥민의 기분을 망치려 한 건 아니다. 손흥민의 부활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밝아지고 있다.
멜버른(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