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방만 경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산업은행은 사내복지기금의 부적정한 출연과 퇴직금 과다 지급 등으로 연간 86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노사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만 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공기업들은 결산결과 손실이 발생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경영시스템이다. 산업은행은 2013년 1조4000억대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어, 이 같은 방만 경영 논란은 국민 혈세 낭비라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 15일 감사원은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시절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 대한 사실상의 인사 조치를 금융위원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사내 복지기금 388억원을 임의로 출연한 행적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되풀이 되는 지적, 산업은행은 '나 몰라라'?
감사원은 지난해 3~6월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에 대한 인건비·복리후생비 분야 등에 집중 감사를 벌여, 최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산업은행은 18건의 주의·통보와 1명을 징계조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특히 감사원은 방만 경영 관련 8건의 사항에서 산업은행이 연간 86억4000만원의 예산을 과다 지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의 명예퇴직금 과다 지급과 관련해 아예 상시 명예퇴직제도를 폐지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2008년, 2009년, 2013년 등 총 3차례에 걸쳐 지적을 했지만 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까지 상시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2012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정부 지침보다 32억5000만원이 많은 명예퇴직금을 지급했다. 또한 임원 및 집행부행장의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 임금에 포함시켜 7억30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성과급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퇴직금 기준이 되는 평균 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직원들의 퇴직금에는 이 같은 지침을 적용하면서 임원급에는 포함시키는 대조적인 경영 행태를 보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휴가제도의 부적정한 운영도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정부 지침과 감사원의 요구를 외면하고 청원휴가, 특별휴가, 안식년휴가 등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임직원들은 특별휴가 등을 우선 사용하고 잔여 연차휴가 일수를 보상금으로 받았다. 액수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87억원에 이른다.
의료비 또한 선택적 복지에 통합해 운영해야 하는데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 3년간 98억원을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임직원들에 대한 생활안정자금도 중복 지원했다. 사내복지기금에서 생활안정자금을 1인당 2000만원까지 지원하면서 은행자산으로도 35억원을 대출해주었다. 이 금액은 4년간 73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인센티브 성과급 산정 및 지급(7억원), 합숙소 등 관리비 지원 부적정(43억원),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388억원), 연차휴가 보상금 기본급 편입(23억원) 등으로 수백억원을 과다 지급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이 같은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정감사나 감사원의 인건비 방만 지급 지적은 매년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사협약에 따른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근무시간은 짧고 연봉은 더 받고…
감사원은 산업은행의 인건비·근무 운용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산업은행은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당기 순이익을 보면 2011년 1조5522억원, 2012년 9522억원, 2013년 -1조4474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STX그룹 계열사, 대우건설 등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당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들 기업에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대손 충당금을 적립했다.
2013년 산업은행 임직원들의 1인당 근로소득을 보면 은행장은 4억9800만원, 정규직 직원의 근로소득은 8900만원에 달한다. 시중 민간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 7900만원과 비교, 1000만원 정도 더 받는 셈이다. 그나마 산업은행은 2012년 직원 1인당 평균 9600만원을 지급했다가, 2013년 정부의 압박으로 일부 삭감한 것이다. 비급여성 복리후생비는 직원 1인당 연간 평균 700만원을 지급해 시중 민간은행 평균의 1.7배에 달했다.
감사원은 또 산업은행의 근로시간도 지적했다. 2014년 현재 민간은행은 대부분 1일 8시간(오전 9~오후 6시, 휴게시간 1시간 포함) 근무제가 정착돼 있는 반면 산업은행은 1일 7시간(오전 9~오후 5시, 휴게시간 1시간 포함)으로 규정, 운영하고 있었다. 즉, 산업은행의 주간 근무 시간은 민간은행보다 5시간 짧은 35시간이다. 산업은행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따른 취업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감사원은 "경영 효율성이 저하된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산업은행에 통보했다.
한편, 산업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30년으로 금융 공기업 가운데 수위를 차지했다. 금융 공기업 평균인 28.5년, 민간은행 26.9년보다 압도적으로 긴 근속 연수를 나타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