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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기본', 한화 캠프의 절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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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기본'이다. 팀 전력에 관해 물었을 때, 답변 안에는 반드시 이 '기본'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그게 기본 아닌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이 부족하다." "기본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김 감독이 기본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게 보편타당한 정답이기 때문. 비단 야구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는 '기본'은 중요하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가치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기본'을 제대로 지키면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철저히 '원칙'을 믿는 김 감독이 기본을 강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나 프로야구는 여러가지 기술과 작전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장기레이스다. 기본이 튼튼하지 않은 팀은 결국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힘을 길게 유지할 원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만큼 한화에 부족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잘 갖춰져 있었다면 아무리 김 감독이라도 굳이 여러번 강조할 필요가 없다. 김 감독의 관점에서는 그만큼 한화가 기본을 갖추지 못한 팀이었다는 뜻. 딱히 반박할 수가 없다. 한화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건 그만큼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는 게 한화를 강팀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대책이다.

타격과 주루, 투수력, 수비 등 팀 전력을 이루는 모든 분야에 걸쳐 김 감독은 '기본의 재건'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파트는 '수비'다. 수비의 중요성은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전부 적용된다. 특히 김 감독은 그간 강력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지지 않는 야구'를 앞세워 왔다. 수비에 공을 들이는 게 당연하다.

캠프 초반 투수진 육성에 한동안 집중했던 김 감독은 첫 번째 휴식일 이후 시선을 수비 파트로 돌렸다. 원래 계획은 좀 더 투수를 다듬는 것이었다. 수비력 강화는 코치들에게 맡겨뒀었다. 다테이시 미쓰오, 임수민 수비 코치가 캠프에서 선수들을 맡았고, 특히 전 오릭스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고바야시 신야 코치를 특별 수비 인스트럭터로 캠프에 초빙했다. 고바야시 코치는 외야 수비 훈련 전문가이자 번트 기술의 마스터다.

하지만 언뜻 보이는 팀의 허약한 수비력이 김 감독의 눈에 자꾸 밟혔다. 기본조차 안된 모습이 김 감독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너무 약하다. 우리 팀의 가장 큰 약점이 아닌가 싶다. 기본이 안돼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걸 만들어두지 않으면 어렵다." 김 감독은 결국 좀 더 일찍부터 직접 나섰다. 첫 휴식일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일부 선수들을 불러내 수비 훈련을 시켰고, 2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펑고 배트를 들었다.

그리고 22일에는 캠프 첫 '디펜스데이'가 열렸다. 전 파트가 모두 모여 수비 훈련을 하는 날이다. 흙범벅과 땀범벅이 될 것을 각오하고 나와야 하는 독한 훈련 메뉴다. 김 감독은 이 훈련을 앞두고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며 또 다시 기본을 강조했다. 캐치와 스텝, 송구동작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살피고 가르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날 내린 비로 이날 오전, 메인 그라운드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설마 훈련 취소? 당연히 그럴리 없다. 이건 '김성근 감독'의 캠프다. 선수들은 실내연습장으로 이동해 수비 훈련에 몰입했다. 훈련은 비가 와도 하고, 땅이 젖어도 한다. 그 또한 한화 캠프의 '기본'이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