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따져보니 낚시에 걸린 느낌이던데요."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46)는 신문을 보다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쉐보레자동차 판촉 광고를 보고 솔깃했다.
신차 구입을 고려하던 그를 사로잡은 문구는 '특별한 2015 혜택'. 이 광고는 2015년 새해를 맞아 자동차 보험료 지원, 3년 이내 사고차량 교환, 유류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소개하고 있다.
김씨는 광고 문구가 안내한 대로 쉐보레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매혜택 자세히 보기'를 클릭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아 일선 대리점에 자세하게 알아봤다가 결국 입맛만 다셨다.
김씨는 "작년에 쉐보레 판매량이 많이 늘고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해서 대폭 혜택 광고에 관심을 가졌지만 막상 자세한 내용을 알수록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생각만 났다"면서 "당장 손님들 시선 끄는데 효과 봤을지 모르지만 애매한 광고에 실망한 나머지 나처럼 등 돌리는 소비자가 있다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지엠이 소비자 현혹성 광고를 앞세워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잘못된 판매 정보까지 버젓이 올려놓고 소비자를 혼란케 한다는 빈축을 산다.
한국지엠은 새해 들어 1월 이벤트로 2015 파격 혜택을 대대적으로 앞세웠다. 당장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매 혜택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눈길을 끌 만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신문·홈페이지 광고만 믿고 접근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내세운 각종 혜택이 풍성한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복 불가인데다 차종을 한정한 것이 많아 재고 물량 떨어내기라는 의혹만 커진다는 게 소비자들 불만이다.
▶애매한 혜택 강조, 무작정 믿었다가는…
한국지엠의 2015 이벤트는 '2', '0', '1', '5' 숫자에 맞춰 혜택을 소개한다. '2'의 경우 스파크, 크루즈 2개 차종에 대해 자동차 보험료 최대 100만원, 3년(3회) 엔진오일 무료 교환, 3년 이내 사고 시 신차 교환의 혜택을 주고 '0'과 '1'은 각각 무이자(0%) 할부, 진정한 1% 할부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5'에서는 최다 판매 기념 자동차 보험료 최대 200만원 혜택, 생산 월별 최대 200만원 유류비, 익스체인지(반납차량 지원) 프로그램, 엔진오일 3년 교환 또는 신차 교환 선택, 전시장 방문 이벤트 등 5가지를 내세웠다. '2', '0', '1' 혜택의 경우 스파크(2014년형), 크루즈 등 한정 차종을 소개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2'의 혜택 가운데 3년 이내 사고 시 신차 교환은 한국지엠이 참조하라고 안내한 홈페이지의 '자세히 보기'를 봐도 제대로 알 수 없다. 김씨의 경우도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 '컴플리트 케어 프로그램' 코너를 참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알고 보니 까다로운 별도 조건이 있었다. ▲차대차 사고 ▲본인 과실 50% 이하 ▲사고율 30% 이상(차량 수리비가 구입당시 소비자가의 30% 이상) ▲사고 60일 이내 차량 원상복구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 자동차 보험료 100만원 지원도 홈페이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스파크 전 차종이 아니라 2014년형만 해당되고 2015년형은 30만원으로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무이자 또는 1% 할부 서비스는 보험료 지원과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지엠은 이들 내용을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안내해 놨다. 또 무이자·1% 할부는 10∼30%의 선수금을 내거나(0%), 선수금이 없을 경우(1% 할부) 선택해야 하는 서비스다. 자동차 보험료 200만원까지 지원받는 모델은 스포츠카 카마로 뿐인데다 일시불 또는 6.3% 할부로 사야 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사실 '2'의 혜택은 스파크 2014년형을 제외하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할부 혜택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재고물량 떨어내기? 허위 가격정보까지…
한국지엠의 이번 이벤트에서 혜택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모델은 스파크 2014년형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거의 다 팔려나가 구할 수 없다. 대리점 관계자는 "스파크 2014년형은 현재 전시차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원하는 색깔까지 맞추려면 없다고 보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는 최대 200만원 유류비 혜택 역시 생산 시기가 오래될수록 그렇다는 것이지 신차에는 별 메리트가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새해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재고 물량 떨어내려는 꼼수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고객센터는 "'○○○○년형'은 해당 연도의 제작 콘셉트에 따라 붙이는 표현이지 재고 차량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대리점 관계자는 "재고 차량이 맞기는 하지만 작년 10∼11월 생산분이라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혜택이 큰 차종은 재고라고 보면 된다"면서 "광고라는 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보니 당연히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모든 광고가 다 그런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홈페이지 판매차량 상세정보 코너에서 엉뚱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크루즈(차량가 1722만원 기준) 월 30만원(29만3360원) 1% 초저리 할부(36개월)가 그렇다. 안내 내용대로 12만원 선수금에 29만3360원을 36개월 내면 총 1068만960원이다. 공지된 가격보다 무려 650만원이나 싸다. 같은 조건의 초저리 할부를 내건 스파크 2014년형(1055만원)의 선수금이 15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크루즈가 오히려 저렴하다. 한국지엠은 연초부터 이 이벤트를 시작했으니 3주일이 다 돼도록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지엠측은 "뭔가 홈페이지 제작 과정상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국지엠은 이번 이벤트에서 '새해, 꼭 쉐보레를 구입해야 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 특별한 이유를 알면 알수록 도무지 헷갈린다"며 냉소적 반응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