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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시작되는 토너먼트,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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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한번만 미끄러지면 바로 짐을 싸야 하는 무대다.

한국이 지난 55년간 아시안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것도 토너먼트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상대에 앞섰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높은 집중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슈틸리케호의 '베테랑 삼총사' 차두리(35·서울) 이근호(30·엘 자이시) 곽태휘(34·알 힐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다소 저조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데에는 이들 베테랑의 힘이 컸다. 고비 마다 베테랑의 힘이 빛났다. 차두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쿠웨이트와의 2차전, 숨은 영웅이었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36분 질풍 같은 드리블과 자로 잰듯한 크로스로 남태희(레퀴야)의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차두리는 감기와 부상으로 플랜B 11명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였다. 역대 아시안컵 A대표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한 차두리는 과감한 공격 가담과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근호와 곽태휘는 호주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쿠웨이트전에서 선발 원톱으로 나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근호는 17일 호주와의 최종전에 왼쪽 날개로 출전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왼쪽 루트를 뚫었다.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었다. 이근호는 전반 33분 이정협의 결승골을 도왔다. 부상으로 호주전에 첫 선을 보인 곽태휘는 확실한 공중 장악력으로 호주의 막강 공격력을 무력화시켰다. 측면 공격에 이은 헤딩슛이 주루트였던 호주 공격진은 곽태휘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곽태휘는 최근 흔들리던 김영권(광저우 헝다)을 잘 이끌었다. 곽태휘의 건재로 매경기 이름이 바뀌던 수비진도 그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들 삼총사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했다. 우승컵을 들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게 이들의 목표다. "고참은 경기력이 안되면 결국 팀에는 짐이다.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순간 100%를 보여줘야 한다.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 그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