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우즈베키스탄에 강했다.
역대전적은 11전 8승2무1패다. 첫 대결이었던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0대1로 충격패했지만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로 압도적이다. 총 득실은 24득점-12실점,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을 넣고 한 골 안팎으로 실점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 있다. 우즈벡을 상대로 거둔 8승 중 전반 득점 비율이 무려 87.5%에 달한다. 우즈벡전 24골 중 절반 이상인 14골이 전반 득점이었다. 전반 20분 이내에 얻은 골도 6골에 달한다. 빠른 기선 제압이 주효했다. 한국이 전반전에 우즈벡 골망을 흔들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경우는 2012년 9월 11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2대2 무), 단 한 차례 뿐이다.
전반전 무득점 시 우즈벡전 승률은 33.3%(1승1무1패)로 급락했다. 유일한 패배였던 히로시마아시안게임 8강전에선 후반 19분 실점이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2005년 3월 30일 안방서 가진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후반 초반 터진 이영표, 이동국의 연속골로 2대1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석달 뒤 타슈켄트 원정에선 후반 45분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1대1로 비겼다. 우즈벡의 수비 전략에 말려든 게 흠이었다.
이번 8강 대결에서도 우즈벡은 역습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수비에서 공격으로 한 번에 넘어가는 패스로 재미를 봤다. 우즈벡 대표팀, 분요드코르에서 한국전 경험을 쌓은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과 세르베르 제파로프, 티무르 카파제 등 K리그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는 점도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무게를 실을 만하다.
축구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전략을 깨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골이다. 우즈벡이 어떤 계획을 들고 나온다고 해도 리드를 빼앗기면 틈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전반전 기선제압이 성공한다면 슈틸리케호의 4강행 길도 그만큼 빨리 열릴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