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세요. 꾸준히 줄어들고 있죠."
한화 이글스는 느리다. 발빠른 선수들이 별로 많지 않다. 지난해 한화는 팀 도루(70개) 부문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워낙에 '느림보'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외부에서 FA로 발빠른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다. 2년전 FA로 이용규와 정근우를 데려온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새로 팀을 맡고 나서 많은 취약점을 개선하려고 했는데, 그 가운데 '기동력 강화'가 당연히 포함돼 있었다.
기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비책이라는 게 사실 없다. 선수들의 스피드는 타고나는 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노력을 통해 '팀 기동력'을 늘릴 수는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수들의 '경량화'다. 체중 감량을 통해 선수들의 몸을 가볍게 만들면 자연스러운 기동력 증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감량이 주는 효과는 기동력 강화 말고도 많다. 야구선수들의 체중 감량은 복싱이나 레슬링 등 체급 선수들과는 전혀 다르다. 단기간 내에 공격적으로 체중을 빼는게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지방을 줄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체력의 증가, 관절 이나 근육의 부상 방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면 한층 더 빠르게 달릴 수도 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선수 개별적으로 체중 감량을 지시했다. 각자의 몸 상태를 고려해 감량 목표치를 다르게 제시했다. 그리고 이 과제를 달성했는지 여부는 트레이닝 코칭스태프가 세밀하게 체크한다. 강성인 코치가 선수들의 몸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그것도 한 번만 체크하는 게 아니다. 마무리캠프 이전과 연말, 스프링캠프 이전, 스프링캠프 기간 등에 걸쳐 선수별로 2~3차례 체중 지표를 체크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선수가 김 감독의 '미션'을 완수했다. 많게는 10㎏ 정도까지 뺀 선수도 많다. 베테랑 조인성이 그렇다. 평균적으로는 7㎏ 가량 선수단이 가벼워졌다.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는 "몸무게를 늘리기는 쉬워도 빼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힘을 줄이지 않으면서 빼려면 많이 뛰고 노력해야 한다. 일단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캠프가 끝날 때쯤이면 지금보다도 더 홀쭉해진 선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벼워진 독수리 군단이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