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프로야구 에이스는 여전히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다.
1988년생 동갑내기. 지난해 풀타임 7시즌을 마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그들의' 평가는 예상과 달랐다. 포스팅 금액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SK는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김광현의 공로를 평가하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협상을 갖도록 했으나, 만족스러운 제안을 제시받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양현종은 소속팀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잔류를 선택했다.
아쉬움과 상처가 남을 수 밖에 없는 연말이었다.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구단이 공식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연봉이었다. SK와 KIA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에이스를 달랬다. 김광현은 2억7000만원에서 6억원, 양현종은 1억2000만원에서 4억원에 각각 계약하며 자존심을 살렸다. 이들에게 남은 과제는 착실하게 시즌 준비를 해서 메이저리그의 재평가를 받는 것이다.
김광현은 지난 15일 미국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양현종은 16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전훈캠프를 차렸다. 김광현은 전지훈련을 떠나던 날 "앞으로 더 많은 이닝을 던지려면 부상이 없어야 한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 긴 이닝을 던지면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며 투구이닝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올해 입단 9년차가 됐다. 열심히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면서 각오를 나타냈다.
두 선수 모두 몸은 건강하다. 아픈 곳은 없다.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올해 아니면 내년, 얼마든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두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다. 과정에서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팀의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김광현은 28경기에서 173⅔이닝을 던져 13승9패, 평균자책점 3.42를 올렸고, 양현종은 29경기에 선발로 나가 171⅓이닝 동안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다만 김광현은 투구이닝과 승수, 양현종은 투구이닝과 평균자책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부터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난다. 팀의 1선발이라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킬 경우 29번에서 최대 32~33번까지 선발 등판할 수 있다. 장기 레이스를 끌어가는 능력과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올시즌에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다. 전지훈련서 우선적으로 다져야 할 것이 바로 체력이다.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6~8월 한여름이 관건이다. 김광현은 "체력을 쌓는게 우선이고 시즌 개막에 맞춰 피칭 감각을 끌어올리겠다"고 했고, 양현종 역시 "전지훈련서는 체력 훈련에 몰두하겠다. 여름을 잘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단 9년차 입장에서 추가적인 구종 개발은 없다.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가 여전히 위력적이고 지난 시즌 커브 연마에 성공해 레퍼토리가 더욱 다양해졌다. 양현종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이 장점이다. 기술적으로 과제가 있다면 제구를 잡는 것이다. 지난 시즌 볼넷 순위에서 김광현(81개)과 양현종(77개)이 1,2위였다. 9이닝 평균 김광현은 4.20개, 양현종은 4.0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이 수치를 3.0개 정도로 줄여야 한다. 만일 올시즌 승수와 평균자책점 등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낼 경우 누가 됐든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둘다 이번 전훈 캠프서 체력과 제구력을 다지는게 중요한 과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