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박병호(29)의 메이저리그 도전 얘기가 나온다. 팀동료 강정호의 피츠버그 입단이 도화선이 됐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립서비스(?)'에 장밋빛 전망이 어우러진다. 과연 박병호는 '제2의 강정호'가 될 수 있을까. 박병호 본인도 올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어하고, 넥센 역시 일찌감치 '박병호 밀어주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입성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현재로선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닮긴 했지만 분명 다르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문을 열 수 있었던 재능 중 박병호에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수비다.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가 메이저리그 급이 아니라는 평가절하가 있었지만 엄연히 그는 프로팀에서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수비는 훈련과 적응에 따라 일정부분 도약과 성취가 가능하다. 또 2루와 3루라는 다른 포지션도 가능하다는 점은 강정호의 큰 장점이었다. 40홈런을 날린 파워가 강정호의 최고 매력포인트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홈런을 펑펑 때려낼 수 있는 유격수'였기에 메이저리그가 받아들였다.
박병호는 1루수다. 몇몇 1루수는 3루수비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박병호는 아니다. 다른 내야포지션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는 '괴물'만 모이는 곳이다. 지난해 홈런을 20개 이상 때려낸 주전 1루수만 15명이나 된다. 아메리칸리그의 지명타자 역시 극강의 방망이 소유자들이다.
여전히 한국을 미국의 트리플A 언저리 수준으로 여기는 메이저리그에서 박병호의 홈런수치(지난해 52홈런)를 그대로 받아들일 지는 의문이다. 거포 유격수와 거포 1루수는 투수로 치면 좌완 에이스(상대적으로 좌완이 메리트가 있다)와 우완 에이스 차이보다 훨씬 크다.
올해 중반부터 스카우트 전쟁이 본격화되면 여러가지 변수가 돌출될 수 있다. 박병호의 '목동 편식'도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박병호는 지난해 목동에서만 35개의 홈런을 때렸다. 전체홈런(52개)의 67%에 달한다. 박병호의 홈런 비거리를 감안하면 대여섯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타구장에서도 홈런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도드라지는 수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강정호는 지난해 40홈런 중 21개를 목동에서 때렸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한눈에 봐도 목동구장은 좁아보인다.
여러 관심 선수를 리스트업하는 과정에선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넓고 가벼운'시선을 주지만 일단 영입대상이 되면 달라진다. 선수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소속팀에서의 활약 가능성을 꼼꼼하게 저울질한다. 국내 구단과 메이저리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작은 변수까지도 고려하게 된다. 당초 강정호에게 관심을 가졌던 메이저리그 팀들 역시 막판에는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박병호가 올해말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도전장을 던진다고 감안할 때 상황을 크게 뒤흔들 요소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박병호의 올해 성적이다. 지난해보다 더 잘한다면 비교레벨을 달리해 메이저리그 거포들과의 생존경쟁으로 체급을 올릴 수 있다. 두번째는 강정호의 대성공이다. 강정호가 잘 닦아놓은 길은 박병호에게 큰 도움이다. 세번째는 넥센 구단의 특수성이다. 선수의 장래를 위하는 넥센이지만 자금사정이 좋진 않다. 해외진출 자격을 갖춘 선수라 할지라도 일본은 포스팅비를 받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가 아니면 일본으로 보내줄 가능성은 낮다. 또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이 아주 적을 경우 박병호를 붙잡을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