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슈틸리케호 내에 폭소 사건이 있었다. 수비수 김주영(27·상하이 둥야) 때문이었다. 하루 밤 사이 헤어 스타일이 180도 변해 있었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았다. 김주영의 민머리를 본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은 폭소를 멈추지 않았다 한다.
한국어를 못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두리 둘, 두리 둘"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민머리의 대명사인 차두리(35·서울)가 두 명이란 뜻이었다. 김주영은 차두리의 룸메이트다. 차두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팀 고위관계자가 차두리에게 김주영에게 삭발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고 농을 던지자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공식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호주 멜버른의 레이크사이드 스타디움에 도착한 김주영은 자신도 민망한 듯 버스에서 내린 뒤 웃음을 보였다. 김주영의 헤어스타일은 훈련장에서도 화제였다. 동료들도 훈련 중간 쉬는 시간에 김주영의 민머리를 만지면서 "느낌이 어떠냐"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주영은 갑자기 왜 삭발을 했을까. 호주가 너무 지루했단다. 김주영은 "(차)두리 형이 기계로 방에서 머리를 밀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가 너무 지루해서 두리 형에게 잘라달라고 했다. 심경의 변화나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김주영은 10일 오만전 이후 상대 선수에게 발등을 찍혀 부상을 했다. 유대우 부회장은 "주영이의 발등이 엄청 부워있더라. 쿠웨이트전에 뛴다고 한다는 것을 내가 말렸다"고 전했다. 또 호주전을 앞둔 자체 훈련에서 발목도 다쳤다. 이제서야 거의 다 나았다. 김주영은 "발목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마냥 쉬는 것도 별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다치지만 않으면 8강전도 출전할 수 있다"며 출전 의지를 다졌다.
멜버른(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