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신종훈에게 2014년 10월 3일은 평생 기억으로 남을 날이다. 그에게 메이저대회 첫 금메달과 함께 한국 복싱에 12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날이기 때문이다.
신종훈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퍼펙트 금메달을 달성했다. 북한 함상명과의 첫경기부터 비르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와의 결승전까지 4경기를 모두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뒀다. 모두가 인정한 금메달인 셈이다.
이전까지 신종훈은 불운에 울어야 했다. 2010년 광저우대회 8강에서 자키포프에 패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가 16강전서 탈락했었다.
절치부심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풀었다.
"우리나라에서 했고, 인천시청 소속으로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더 뜻깊은 것 같다"고 한 신종훈은 "광저우와 런던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훈련했지만 런던 올림픽 때가 더 힘들었다고. 신종훈은 "매일 울 정도로 정말 후회없이 훈련을 했었다"면서 "이번엔 오히려 꾀를 부렸다고 할까. 열번 울걸 두번 정도만 울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너무 많은 훈련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때는 너무 훈련을 많이 해서인지 나가기전부터 지쳤던 것같다"면서 "이번엔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편하게 즐기면서 훈련을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첫 경기서 북한의 함상명과 머리를 부딪히며 오른쪽 눈이 부어오른 것. "대표 선발전서 찢어졌던 곳이어서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만약 경기 중 다시 눈 위쪽이 찢어지면 경기가 끝나기 때문. "경기가 끝나고 밤을 새서 찜질을 했지만 다음날 크게 부어올랐고 다음 경기까지도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다"는 신종훈은 "부어 오른 쪽을 맞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경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결승전은 의미가 컸다. 상대인 자키포프가 4년전 8강전서 완패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같은 상대였지만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고. "4년 전엔 경험이 없어서였는지 상대가 커보였고 부담도 컸었다"는 신종훈은 "이번엔 뭔가 자신감이 컸다. 경험도 쌓였고 홈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내편인 것 같아 편하게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결승전의 전략은 초전박살이었다. 초반부터 강하게 상대를 몰아부쳤다. 이유가 있었다. "그전까지는 눈쪽이 찢어질까 걱정했지만 결승전은 만약 찢어져서 경기가 중단되면 그때까지의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찢어지더라도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기회만 되면 들어갔다"라고 했다. 그때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신종훈은 "가끔 결승전 동영상을 보면 내가 마치 뛰고 있는 것처럼 경기때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면서 "이제 자신감이 더 생겼다. 2년 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라고 런던 대회의 아픔도 금메달로 씻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한국 복싱의 쾌거를 이룬 신종훈이 코카콜라 체육대상 2014년 10월 MVP에 선정됐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