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마다 선호하는 동계전지훈련지가 있다. 전북은 지난 4년간 브라질(올해는 아랍에미리트)에 다녀왔다. FC서울은 수년간 괌에서 담금질을 한다. 감독들은 날씨, 이동거리, 시차, 연습경기 상대 등 다양한 조건을 따져 최적의 장소를 찾아낸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조건이 한가지 더 있다. '올시즌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가'다. 2015년, 수원의 키워드는 '기술'과 '경험'이다. 이를 위해 서 감독은 스페인의 휴양지 말라가를 택했다.
19일 인천공항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스페인으로 향하는 서 감독을 만났다. 그는 "스페인에 좋은 팀이 많다"고 설명했다. 먼저 서 감독은 지난해 터키로 떠났던 전지훈련 얘기를 꺼내 들었다. "처음 수원을 맡았을 당시 선수들이 세컨드 볼 싸움에 약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세컨드 볼 싸움은 동구권 팀들이 강하다. 그런 점을 배우기 위해 동구권 팀들이 전지훈련을 오는 터키로 갔다." 서 감독은 올해 기술적인 발전을 원했다. 그래서 더 좋은 상대 팀이 필요했다. "올해에는 경기 운영과 템포 조절, 기술에서 발전했으면 한다.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면 팀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터키보다는 스페인에 유럽 명문팀들이 더 많이 온다. 이런 팀들과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다." 23일간의 전지훈련기간 동안 7~8차례 연습경기를 갖는다. 상대팀의 면면이 화려하다. 디나모 키예프, 드니프로(이상 우크라이나), 리예카(크로아티아),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루마니아), 벤피카(포르투갈) 등 대부분이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는 유럽 각 리그의 강팀이다.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팀인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연습경기도 마련돼 있다. "연습경기에서 1승도 못 올릴 수도 있다." 서 감독이 미소를 보였다. 결과가 아닌 배움과 경험 쌓기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올해는 ACL에서 강한 팀들을 만나야 한다. 경기 수가 많아져서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야 한다. 한 선수당 최소한 5경기씩은 뛸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면서 "강팀을 상대로 경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ACL에서 호주팀과 대결하는데 유럽팀과 스타일이 비슷하니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감독은 다양한 실험도 해볼 예정이다. 지난 시즌부터 구상해 온 '스리백'이다. 지난해 12월 유럽을 돌며 구상을 마쳤다. 현실에서 그려나갈 차례다. 그는 "유럽팀을 돌아보며 공격적인 스리백을 많이 보고 왔다. 우리팀에는 홍 철 최재수 양상민 오범석 신세계 등 공격적인 수비자원들이 많다. 이들을 보고 스리백을 구상했는데 전지훈련에서 변형적인 스리백의 성공 가능성을 살펴 볼 것이다"라고 했다. 실험에 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관건은 우리가 유럽같은 스리백을 사용할 수 있는지다. 수비에 있는 선수들이 공격으로 나가는 빌드업을 잘 해줘야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팀에 맞아야 사용이 가능하다. 안맞는걸 억지로 쓰면 마이너스다. 유럽팀들을 상대로 잘 실험해보고 올시즌에 쓸지 말지 결정할 것이다."
전지훈련지, 훈련 구상 등 완벽하게 준비됐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마무리짓지 못한 선수 구성이다. 이날 28명의 전지훈련 명단에는 자유계약신분(FA)인 김두현과 염기훈이 포함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전지훈련 가기전에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팀워크와 조직력에 중요한 부분인데 마무리가 안돼서 아쉽다"고 했다. 이적과 재계약의 기로에 선 김두현과 염기훈은 수원의 화성클럽하우스에서 개인훈련을 진행 중이다. 수원과 재계약을 할 경우 스페인으로 향한다.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