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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46년만에 처음' 팀배팅 훈련 편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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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생활 중에 처음으로 만든 훈련이야."

1969년. 27세의 '청년' 김성근은 마산상고의 감독을 맡아 지도자 경력의 첫 발을 내디뎠다. 부상으로 일찍 현역 생활을 끝낸 아쉬움은 제자들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만회했다. 그때부터 이어진 지도자 경력이 올해로 46년째다. 반세기에 가깝다.

그런 김 감독이 '46년 지도자 경력'에서 처음으로 한화 이글스의 정식 훈련 메뉴에 '팀배팅'이라는 항목을 넣었다.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한화 타자들은 오후에 1시간씩 팀배팅 훈련을 한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훈련메뉴. 김 감독은 "이제부터 캠프가 끝날 때까지 매일 이 훈련메뉴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예고된 훈련이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고치 스프링캠프 출발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감독이 된 이후에 처음으로 '팀배팅'을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전까지 김 감독은 '팀 배팅 훈련'을 따로 시킨 적이 없다고 한다. 팀 배팅은 자체 홍백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선수들은 실전에서 이를 몸에 익혔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아예 별도의 훈련 메뉴로 만들었다. 대략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누상에 주자가 나가 있는 여러 상황을 설정해둔 뒤 타자들이 순서대로 배팅볼을 받아치며 그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것이다. 번트나 페이크번트&슬래시, 1-2루간으로 밀어치기, 주자의 도루시 2루수-유격수 쪽 공간을 노려치기 등의 '팀배팅'을 차례대로 소화한다. 물론 베이스에 나가있는 주자들도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상황에 맞는 베이스 러닝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타격과 주루플레이를 모두 다듬을 수 있다. 훈련을 진두 지휘하는 인물은 김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쇼다 고조 타격코치다.

냉정히 말하면 이런 팀배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중·고교 아마추어 선수시절에 이미 숱하게 연습해서 마스터한 방법들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 기본을 프로 선수들에게 다시 연습하라고 한다. 왜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그 동안의 한화 타선이 이 기본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분석했기 때문.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라는 팀을 맡은 이후 매일 밤 늦게까지 책상에서 데이터를 파고들었다. 팀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그의 오랜 습관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턱없이 낮은 득점력이었다. 김 감독은 "한화의 기록을 보니 득점력이 너무 낮더라. 득점권 타율, 희생타 비율, 대타 성공률 등 여러 항목이 최저수준이었다. 그걸 해결하려면 팀 배팅을 새롭게 각인시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팀 배팅'을 별도의 훈련 메뉴로 편성한 이유다.

실제로 한화의 득점력은 201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가장 낮았다. 한화가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머문 가장 직접적 원인이었다. 당연히 득점권 타율이 좋을리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능력치 증가로는 부족하다. 팀 전체의 의식과 성향이 달라져야 한다. '조직'을 위해 '나'를 잊어야하는 것이다. 팀 배팅 훈련은 바로 이런 변화를 위한 촉매제다. 과연 한화 타선이 '팀배팅 훈련'을 통해 강한 응집력을 지닌 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