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이 새 시대를 열었다. 19일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경기가 열렸다. 2년 8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친 뒤 갖는 첫 공식 경기였다. 홈팀 GS칼텍스는 2012년 3월 14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1042일 만에 장충으로 복귀했다.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모두들 장충체육관의 재개장을 축하했다. 3927명의 좌석이 다 팔렸다. 재개장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울시는 당초 장충체육관 철거를 검토했다. 농구 등 실내스포츠경기가 잠실실내체육관과 잠실학생체육관으로 몰렸다. 수익성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철거를 보류했다. 1963년 문을 연 장충체육관은 국내 최초의 돔 실내경기장이었다.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김기수는 1966년 6월 장충체육관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이 됐다.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첫 세계챔피언이었다. '박치기왕' 김 일은 1967년 4월 세계 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1983년도 출범한 농구대잔치와 민속씨름도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1984년 시작된 대통령배 배구대회 역시 장충체육관에서 열전을 펼쳤다. 역사성을 가진만큼 철거보다는 상징성을 갖춘 곳으로 남기기로 했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2012년 5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기간 2년 8개월, 369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장충체육관은 확 바뀌었다.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전체면적 8385㎡)에서 지하 2층∼지상 3층(1만1429㎡) 규모로 커졌다. 가변석 포함 4507석의 관람석은 고정식에서 접이식으로 개선했다. 신설된 지하 2층에는 보조 경기장과 헬스장을 설치했다. 여자화장실 비율 확대, 수유실 설치 등 여성 관람객 편의시설을 늘렸다. 아울러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 통로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1층 주경기장의 바닥 길이도 36m에서 47m로 늘렸다. 핸드볼을 비롯한 모든 실내 구기 종목 경기를 열 수 있게 됐다. 어두웠던 조명도 새로 설치해 스포츠경기 개최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흡음 시설과 최첨단 음향, 조명, 방송중계 설비를 갖춰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뮤지컬 등 문화행사도 개최할 수 있다.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2년 안전진단결과 D급으로 판정된 돔의 지붕을 철거했다. 현대적 공법을 이용한 파이프트러스 구조로 교체했다. 철골 구조인 H빔도 파이프로 강도를 높였다. 50t 규모의 무게도 견딜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장충체육관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스포츠 메카였던 장충체육관을 잘 만들어준 서울시에 감사한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든다. 서울 배구팬들에게 즐거운 배구를 선사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도 "예전에는 경기장이 어두웠었는데 밝아졌다"고 말했다.
다시 장충시대를 연 GS칼텍스는 22일부터 매 경기 직전 사회인 배구대회를 열어 서울의 배구 활성화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25일 V리그 올스타전을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해 다시 문을 연 '배구의 메카'를 만방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GS칼텍스에 3대2(22-25, 25-21, 24-26, 25-17, 15-12)로 승리했다. 니콜이 36점을 올렸다. 도로공사는 8연승을 달리며 1위 질주를 이어갔다.
한편,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에서는 OK저축은행이 우리카드를 3대0(25-20, 25-19, 25-14)으로 눌렀다. 승점 3을 추가한 2위 OK저축은행은 승점49(18승 6패)로 선두 삼성화재(승점 53·18승 5패)를 승점 4차로 추격했다.장충체육관=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9일)
▶남자부
OK저축은행(18승6패) 3-0 우리카드(2승21패)
▶여자부
도로공사(14승6패) 3-2 GS칼텍스(6승13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