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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삼성 시즌포기,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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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 싶다. 프로농구 삼성이 속절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12일 팀의 주축이던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를 고양 오리온스에 보내는 '밑지는 트레이드'를 한 뒤 맥풀리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패의 연속.

삼성과 맞붙는 팀들은 1승을 거두고도 심드렁하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행여 삼성에 지기라도 하면 2패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리빌딩을 선언한 뒤 2게임만 놓고보면 프로농구가 아니라 연습게임이다. 삼성은 지난 13일 모비스와의 홈게임에서 75대100으로 졌다. 15일 창원에선 LG에 77대95로 무릎을 꿇었다. LG는 삼성이 유일하게 2승1패로 팀전적에서 앞서 있던 상대였지만 이렇다할 저항 한번 못했다.

고득점은 체력과 기술, 연계공격이 어우러져야 나온다. 하지만 실점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기록적인 실점이 현재 삼성이 처해있는 무기력한 현실을 보여준다.

올시즌 삼성은 4연패, 9연패, 6연패에 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54점차 패배까지 했다. 역대 한국농구 최고 인기맨인 이상민 감독을 사령탑에 앉힐 때만 해도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처져도 이 정도까지 예상하진 못했다. 17일 현재 8승28패로 꼴찌다. 2002년부터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명가 삼성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이상민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포기가 아니라 리빌딩으로 봐달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포기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런 모습은 포기가 맞다. 엄밀히 말하면 '올시즌은 포기, 다음시즌은 리빌딩 시작'이라고 봐야할까. 삼성이 득점 2위, 리바운드 1위인 라이온스를 오리온스에 내줄 때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선수들 스스로 '이번 시즌은 접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을 것이다. 삼성이 향후 상위 신인지명권을 양도받기로 했지만 이는 선수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얘기가 아니다.

이대로는 안된다.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면 올시즌 남은 경기에서 삼성은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부터 추수를 대비한 밭갈이에 나서야 한다. 삼성이 지금 당장 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번째, 삼성 선수들을 위해서도 이래선 안된다.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대충 대충 병'에 걸린다. 프로 선수에게 버려야 할 시간들은 없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고, 이순간 쌓여가는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둘째, 상대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스포츠의 기본이다. 승리의 기쁨은 진정한 땀과 함께 온다. 얼렁뚱땅 시간만 보내다 가려는 상대에게서 얻은 승리의 가치? 평가절하된다.

마지막으로 팬들은 무슨 죈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볼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피같은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예전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지명권을 받기 위해 져주기 게임을 할 때도 팬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하물며 승부조작은 말할 것도 없다. '뻔한 결과', '짜고치는 고스톱'은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