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기적', 한국 축구사에는 축복이지만 일본에겐 잊고 싶은 비극이다.
일본 축구가 16일 오후 6시 이라크와의 2015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22년전 '도하의 비극' 악령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이라크 대표팀을 맡은 라디 세나이실 감독이 바로 그 비극적인 경기의 주전 수비수로서 동점골까지 터뜨렸기 때문이다.
'도하의 비극'은 지난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이라크와 일본의 미국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린 사건을 말한다.
당시 최종전을 앞두고 승점 4점을 기록, 일본-사우디(5점)에 뒤져있던 한국은 북한에 3-0으로 승리한 뒤 일본-이라크 전을 주시했다.
일본은 종료 10초전까지 2-1로 앞서고 있었지만, 이라크의 마지막 공격에서 움란 자파르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과 일본은 2승2무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한국이 골득실에서 앞서 감격의 월드컵 3회 진출을 달성했다.
반면 일본의 첫 월드컵 진출 꿈은 좌절됐다. 우리에겐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된다.
라디 세나이실 이라크 감독은 당시 풀타임 출전하며 수비를 책임졌을 뿐 아니라 일본이 1-0으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10분 동점골을 넣어 도하의 비극에 한몫 단단히 했던 인물이다.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이 이라크전에 앞서 당시 악몽을 다시 떠올릴 이유가 충분하다.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라디 세나이실 감독은 '도하의 비극을 기억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물론 똑똑히 기억한다. 내게도 인상적인 경기"라며 "그때 일본에 미우라, 라모스, 곱슬머리 선수(기타자와) 등이 있었던 게 생각난다. 나카야마의 골은 굉장히 강력했다"라고 답했다.
세나이실 감독은 "일본 전이 무척 기대된다. 일본은 유럽파가 많은 강팀"이라면서도 "우리도 실수를 줄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라크는 지난 2007년 아시안컵 우승팀이다. 가장 최근의 아시안컵 우승팀 간의 맞대결인 셈이다.
이라크는 지난 11월 걸프컵에서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하킴 샤키르 감독이 경질됐다. 한동안 혼란을 겪은 끝에 지난 12월 세나이실 감독이 부임했지만, 전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반면 일본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에 대한 고발장이 스페인 지방법원에 접수되는 등 현재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아기레 감독에 대해서는 아시안컵이 끝난 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