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동네북' 중국이 아니다.
중국이 2015년 호주아시안컵 B조에서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우디아라비아(1대0 승)에 이어 우즈베키스탄(2대1 승)을 연파한 중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열리는 북한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B조 1위가 확정됐다. 사우디든, 우즈벡이든 승자승에서 앞선다.
중국은 22일 8강전에서 A조 2위와 격돌한다. 호주 아니면 한국이다. 한국과 호주는 17일 오후 6시 브리즈번스타디움에서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8강행은 이미 결정됐다. 한국은 이기면 조 1위가 된다. 반면 비기거나 패하면 호주가 1위를 차지한다.
공한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프랑스 출신 알랭 페랭 중국 감독은 대놓고 8강전 상대가 한국이기를 바랐다. 그는 "호주는 쿠웨이트, 오만과의 경기를 통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호주와는 만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호주를 피하고 싶다는 것은 한국이 더 편하다는 말이다.
중국은 공한증에 치를 떨다 2010년 2월, 28경기 만에 한국을 상대로 첫 승을 신고했다. 그전까지 11무16패였다. 여전히 단 1패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16승12무1패로 절대 우세하다. 그러나 호주아시안컵에서는 공한증의 위력이 떨어졌다. 호주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8득점-1실점을 기록하며 최강의 전력을 과시하고 있고, 한국은 2득점에 불과하다. 졸전으로 발걸음이 무겁다.
그럼 호주전은 어떤 그림일까. 일단 8강전에서 만날 수 있는 중국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부의 혼란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 A와 B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전열은 재정비됐다. 귀국한 이청용(볼턴)을 제외하고 주축 선수들이 15일 훈련에 모두 복귀했다. 감기 몸살로 병원까지 다녀 온 간판 손흥민(레버쿠젠)이 드디어 합류했다. 그는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으로 치솟는 고열을 동반한 몸살 증세로 치료를 받아왔다. 덜 심각했던 구자철(마인츠)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재가세했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계획이다.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 등은 이날 패스, 컨디션 조절 등 저강도 훈련에 참가했다. 고강도인 슈팅과 미니게임은 불참했다. A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근육 활동량을 끌어올릴 때까지 심한 훈련을 하지 못한다. 몸 상태는 8강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회복 속도가 빠를 경우 호주전에서 교체투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전에선 플랜 B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원톱에 이근호(엘 자이시), 좌우 측면에는 김민우(사간 도스)와 한교원(전북),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남태희(레퀴야)가 포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조영철(카타르SC)이다. 조영철은 원톱과 측면에 모두 설 수 있다. 교체 카드를 통해 공격라인의 플랜 A가 재가동될 수 있다. A조 1위는 멜버른으로 이동한고, 2위는 브리즈번에 남는다. 오히려 2위가 나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고전할지 몰랐다. 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 상당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현주소다. 그래도 끝은 아니다. 호주전은 징검다리다.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시간이다. 중국이 웃습 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줘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