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의 날개가 꺾였다. 슈틸리케호의 '부주장' 이청용(볼턴)이 부상으로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청용의 전력 이탈로 '절친'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부주장 없이 홀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캡틴'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 무게도 가중됐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한국 축구에서 소문난 '절친'이다. 어린 시절 FC서울에서 동고동락하며 대표팀의 꿈을 키웠고, 영국에서 해외 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함께 달랬다. 친구 이상으로 서로에게 가족같은 존재였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베스트 11 중 막내였던 이들은 4년새 대표팀의 핵심이 됐다. '쌍용'의 존재가 한국 축구의 현재였다.
10일 열린 오만과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은 쌍용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한 경기였다. 클래스가 달랐다. 기성용은 9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패스의 방향, 거리 모두 완벽했다. 정확한 롱패스로 세 차례나 오만의 수비 뒷 공간을 허물었다. 노련한 볼 키킹으로 한국의 볼 점유율을 높였다. 측면은 이청용이 지배했다. 수비수 2~3명을 달고 다니며 오만의 측면을 무력화시켰다. 드리블 돌파, 크로스, 패스로 창을 날카롭게 세웠다. 오만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결국 오만은 이청용에게 거친 태클을 가했고, 부상으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한쪽 날개가 꺾인 채 쿠웨이트전에 나섰다. 오만전과 마찬가지로 박주호(마인츠)와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경기 시작 전부터 표정이 어두웠다.
전반 초반, 기성용은 포백 라인 바로 앞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전력 탐색이었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서자 기성용은 전진해 공격을 주도했다. 안정감은 여전했다. 분주히 뛰었고 볼을 지켜내며 빌드업을 했다. 그러나 마음만큼 몸이 무거웠다. 과부하가 걸렸다. 잉글랜드에서 분주했던 12월을 보낸 뒤, 대표팀에서도 쉴 틈이 없었다. 오만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3일만에 나섰다. 기성용은 쿠웨이트전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평소답지 않게 잔실수를 많이 했다. 공간을 열어주는 좌우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다. 횡패스도 동료의 발끝에서 벗어난 궤적으로 전달이 됐다. 전반부터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상대의 페널티박스까지 전진하느라 체력 소모도 심했다. 수중전의 악재까지 겹쳐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각종 기록도 오만전에 비해 떨어졌다. 오만전에 2개의 찬스를 창출했지만 쿠웨이트전 수치는 '0'이었다. 패스 성공률도 96%에서 93%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기성용의 활약을 잘 보여주는 볼터치수와 패스개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오만전에서 볼터치는 97개, 패스는 87개였다. 쿠웨이트전에서는 각각 81개, 64개를 기록했다. 눈만 봐도 통하는 이청용의 부재에 기성용은 외로워보였다. 날개가 꺾인 쌍용의 한축, 기성용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휴식이 필요하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