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웅(30·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시련이 다시 찾아왔다. 올 시즌 신인 세터 황승빈(23)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강민웅은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4라운드까지 낙점받지 못했다. 연습생 신분인 수련 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현실은 냉엄했다. 당시 삼성화재에는 최태웅과 유광우가 있었다. 3번째 세터에 불과했다. 최태웅이나 유광우가 다쳐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2007~2008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3시즌을 뛰었다. 공식 경기에서 올린 토스는 513개밖에 안됐다. 각 팀의 주전 세터가 한 라운드에서 올리는 토스 갯수와 비슷하다.
2010년 입대했다. 상무에서는 행복했다. 2010~2011, 2011~2012시즌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제대와 동시에 다시 백업 신세로 돌아갔다. 한 때 프로 생활 마감도 생각했다. 더 이상 무명 생활은 지긋지긋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1월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대한항공 세터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주전 세터 한선수가 2013~2014시즌 시작하자마자 입대했다. 주전 자리를 꿰찼다. 상무 시절 이후 2년만에 얻은 주전이었다. 당시 강민웅은 "프로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고 했다. 깔끔한 토스워크로 대한항공을 이끌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산체스를 향한 토스가 문제였다. 강민웅은 토스를 다소 높게 띄우는 경향이 있다. 국내 공격수들은 여기에 익숙하다. 하지만 산체스는 더 빠른 토스를 원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에이스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2라운드부터 강민웅 대신 황승빈을 선택했다.
강민웅은 좌절했다. 벌써 프로 9년차였다. 새파란 후배한테 밀릴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조바심을 냈다. 그럴수록 플레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동안 내가 들떠 있었다. 내 실력의 밑바닥을 봤다. 나조차도 한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강민웅은 "너무 잘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됐다. 부담감을 버리기로 했다. 나는 스타가 아니다. 스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플레이도 달라졌다. 안정감을 찾았다. 4라운드 들어 김 감독은 다시 강민웅을 찾았다. 현재는 황승빈과 나란히 팀의 토스워크를 분담하고 있다.
강민웅의 눈은 포스트시즌을 향해있다. "세터가 바로 서야 팀도 바로 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무명 생활을 거치면서 맷집은 많이 늘었다. 이제는 내 역할 충실히 하면서 후배들과 선배들을 잘 다독이며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다. 꼭 지켜봐달라"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