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는 약팀이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이 분석한 쿠웨이트의 전력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2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호주-쿠웨이트 결과만 놓고보면, 호주의 대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는 약팀이 아니다.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쿠웨이트가 골대를 맞추는 장면이 있었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경기 양상을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쿠웨이트에 쉽게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는 약팀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쿠웨이트의 위협적인 장면에 대해 얘기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만치 않은 쿠웨이트에 승리하기 위해선 역시 골이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태극전사들에게 높은 골 결정력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는 오만전에서 첫 유효슈팅을 후반 추가시간에 맞았다. 그것이 실점으로 이어질 뻔했다. 오만전은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고, 볼점유율도 70% 유지했다. 3~4차례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2-0으로 벌리지 못한 것이 힘든 상황을 연출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90분 동안 골을 결정짓지 못하면 쿠웨이트전에서도 어려울 것이다. '볼을 소유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철학대로 경기할 것이다. 오만전 경험을 살려 중요한 순간에 결정력을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슈틸리케호는 쿠웨이트에 승리하면 8강행을 확정 짓는다. 그러나 쿠웨이트도 승리에 목말라 있다. 호주와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경기를 수비적으로 운영한 것이 화가 됐다. 이번에는 과연 공격적으로 나설까. 슈틸리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쿠웨이트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대회 첫 경기부터 수비적으로 나오는 팀이 한 순간에 공격적으로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 플레이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상대가 원톱이든, 투톱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중요하다. 상대가 전술을 바꿀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것에만 신경쓸 것"이라고 했다.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모든 선수가 주전이다. 비주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를 존중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3명이 모두 중요하다.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나빌 말룰 쿠웨이트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수비적으로 경기하라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호주와의 1차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뒤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며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대해 항변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항상 앞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했고 우리는 정말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