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의 승부욕은 질겼다. 투혼은 눈부셨다. 2골을 먼저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3골을 몰아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숙적 중국과의 올해 첫 맞대결에서 3대2로 역전승했다. 그것도 중국의 안방에서 거둔, 5년만의 짜릿한 승리였다.
13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중국 쉔젠시립경기장에서 펼쳐진 중국 쉔젠 4개국 친선대회 2차전 중국과의 맞대결,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대접전 끝에 3대2, 역전승을 일궜다.
1차전에서 멕시코와 0대0으로 비긴 중국은 한국을 초반 거세게 몰아붙였다. 안방에서 전반 20분, 전반 33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나갔다.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캐나다에게 1대2로 분패한 후 투혼으로 똘똘 뭉친 태극낭자들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0-2로 뒤진 지 1분만인 전반 34분 '중국킬러' 유영아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유영아는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1대2 패)에서 비록 패하긴 했지만 박은선의 자책골 직후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렸던 좋은 기억이 있다. 이날도 천금같은 골을 밀어치며 베테랑 골잡이의 이름값을 했다.1-2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윤덕여호 에이스들은 골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후반 17분 마침내 기다렸던 동점골이 터졌다.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었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지메시 지소연의 발끝이 번쩍 빛났다. 8분 후인 후반 25분 이번에 88라인 에이스 전가을이 문전쇄도했다. 기적같은 역전골이었다. 2골을 내주고 3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였다.
3분후인 후반 28분 위기가 찾아왔다. 절체절명의 페널티킥 상황 이번엔 '맏언니' 김정미가 나섰다. 중국의 PK를 보란듯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는 주최국 중국(FIFA랭킹 13위)과 함께 한국(FIFA랭킹 17위) 캐나다(FIFA랭킹 9위) 멕시코(FIFA랭킹 25위)가 출전했다. 6월 캐나다월드컵을 앞두고 각대륙 월드컵 출전국들이 자존심을 걸고 팽팽히 맞섰다. 캐나다는 직전 경기에서 멕시코에 2대1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안방 중국에게 3대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승1패(승점3)으로 2위에 올랐다. 중국은 멕시코가 나란히 1무1패(승점1)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앞선 3위를 기록하게 됐다.
남자축구 호주아시안컵 열기 속에 가려졌지만 태극낭자들의 투지과 승부욕, 근성은 놀라웠다. 시즌 종료 직후 휴가 직후 나선 경기에서 선수들의 몸은 100% 올라오지 않았다. 잉글랜드, 러시아리그에서 귀국한 지소연, 박은선 역시 몸상태가 완벽하지 못했다. 6월 캐나다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새해 첫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투혼을 발휘하며,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힘을 과시했다.
중국전 승리는 뜻깊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대0 승리 이후 중국과의 5차례 맞대결에서 2무3패로 승리가 없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아시안컵 중국과의 3-4위전에선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고도, 후반 인저리타임 '중국 에이스' 양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1대2로 패했다. 중국의 안방에서 5년만의 승리, 아시안컵 설욕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틀간 전열을 가다듬은 후, 15일 멕시코와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