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시래가 탄생할까.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가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오리온스는 삼성의 에이스이자 드래프트 1순위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를 데려왔다. 토종 센터 방경수도 함께 넘어왔다. 기존 트레이 길렌워터와 함께 리그 평균득점 1, 2위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단숨에 상위권을 위협할 복병으로 거듭나게 됐다. 삼성은 찰스 가르시아와 유망주 가드 이호현을 받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트레이드다. 라이온스와 가르시아를 봤을 때, 완전히 라이온스쪽으로 무게감이 기울어진다. 그렇다고 아직 검증이 안된 이호현이 방경수보다 훨씬 나은 선수라고 할 수 없다. 무게추가 맞지 않는다. 이대로 트레이드가 진행됐다면 삼성이 바보짓을 한 것과 다름없다. "이호현이 유망주라 선택했다"라는 삼성의 말을 그대로 믿는 농구인은 아무도 없다.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시즌 후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구계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리온스는 추일승 감독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무조건 성적이 나야한다. 유망주, 선수 보호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라이온스가 간절히 필요했다. 삼성은 리빌딩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좋은 선수들을 모아 내년 시즌 승부를 봐야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으로 라이온스와 어차피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점도 감안됐다.
결국, 모양새를 봤을 때 시즌 후 오리온스에서 삼성쪽으로 무언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2012~2013 시즌 후 울산 모비스 피버스가 가드 김시래를 창원 LG 세이커스로 보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확정을 지은 바로 다음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모비스는 당시 우승을 위해 시즌 도중 LG로부터 센터 로드 벤슨을 받아왔다. 그리고 커티스 위더스라는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LG로 보냈다. 말이 안되는 트레이드였다. 결국 후속 조치가 있었던 트레이드였다. 당시 모비스는 LG에 3년 후 신인지명권 또는 시즌 종료 후 김시래 트레이드 중 1개의 카드를 선택하라고 했고, LG가 시즌 종료 후 김시래를 데려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선수 사기를 위해 시즌 끝까지 이 사실을 비밀로 지키기로 했다. 물론, 김시래는 소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오리온스와 삼성도 이와 유사한 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는 당장 이번 시즌 성적이 필요하기에 전력을 유지하고, 시즌 후 보내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아니면 이름값 높은 오리온스 선수와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삼성 선수가 다시 한 번 맞트레이드 될 수도 있다.
선수가 아니면 신인 지명권을 양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구계에는 삼성이 오리온스에 다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처음 협상이 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리온스가 1, 2위를 차지하지 못해 3위부터 8위까지의 동등한 순번 추첨 확률을 가졌을 때, 오리온스가 삼성보다 상위픽이 나오면 그 순서를 바꾸는 식'의 협상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 만약, 오리온스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을 경우를 대비해 삼성은 이에 대한 보험용 카드도 마련해놨을 것이다.
모든 것은 시즌 종료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삼성은 그냥 자선사업을 한 것과 다름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