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둘은 주전 선수 가운데는 막내였다.
박지성 이영표 등 형들에게 몸을 맡겼다. 축구만 생각하면 됐다. 세월이 흘렀고, 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젠 눈을 사방으로 돌려야 한다. 그들이 이끌어가는 대표팀이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의 막이 올랐다. 슈틸리케호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역시 '쌍용'이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볼턴)은 소속팀의 일정으로 뒤늦게 합류했다. 4일 최종리허설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결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전을 앞두고 기성용을 주장, 이청용을 부주장에 선임했다.
간극은 없었다. 클래스는 달랐다.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90%가 넘는 패싱력을 선보이는 기성용은 오만전에서도 자로잰듯한 패스를 선보였다. 방향, 거리 모두 완벽했다. 정확한 롱패스로 세 차례나 오만의 수비 뒷 공간을 허물었다. 기성용의 오만전 패스 성공률은 96%였다. 날카로운 패스 뿐이 아니었다. 안정된 경기 운영과 조율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은 오만전에서 팀을 잘 리딩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본연의 임무를 더 잘 해준 모습이었다. 팀 밸런스를 잘 맞춰줬다. 기성용은 존경을 많이 받는 선수다. 자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칭찬했다.
중앙에 기성용이 있다면 측면은 이청용의 세상이었다. 오른쪽 측면에 선 그는 전반 10여분이 흐른 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왼쪽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며 활로를 개척했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가 선 자리가 그의 포지션이었다.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가 곁들여 지면서 칼날은 더 예리해졌다.
전반 인저리타임에 터진 결승골도 이청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오만 진영 미드필드 중앙에서 구자철(마인츠)에게 연결했다. 구자철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맞고 흘러나왔고, 조영철(카타르SC)이 해결했다.
후반에는 생각대로 플레이를 했다. 그라운드는 그의 전유물이었다. 스루패스와 돌파, 광활한 활동반경 등 흠이 없었다. 오만 수비수들이 이청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것이 화였다. 오만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다. 수술을 한 오른 정강이를 강타당했다. 그는 후반 32분 교체됐다.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으로 아파했다. 더 이상 눈물은 없었다.
쿠웨이트와의 2차전은 13일 오후 4시 열린다. 기성용은 건재하다. 이청용은 부상 후유증으로 결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백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 '쌍용'의 발끝에 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