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의 계약이 4년으로 가닥잡히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는 12일(한국시각) 강정호의 에이전트 앨런 네로의 코멘트를 곁들이며 "피츠버그와 강정호가 협상중이며 관계자들에 의하면 4년간 2000만달러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CBS 등 복수의 미국 언론이 4년 계약을 언급한 데 이어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왔다.
4년간 2000만달러면 강정호로선 쾌재를 부를만 하다. 강정호의 친정팀인 넥센 관계자들조차 3년간 1000만달러 수준만 넘으면 자존심이 상하진 않는 금액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포스팅 금액(500만2015달러)을 기준으로 볼때 연봉은 300만달러 내외라는 분석이 많았다. 일본인 야수 니시오카 쓰요시의 경우 2010년 포스팅 금액이 532만달러였는데 미네소타와 3년간 925만달러에 계약했다. 연봉은 300만달러 수준이었다. 물론 앨런 네로의 협상력과 피츠버그 구단의 의지가 접목된다면 연봉은 얼마든지 치솟을 수 있다.
협상마감 시한은 한국 기준으로 오는 21일 오전 7시다. 막판까지 협상이 이어지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하면 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봉협상이 결렬되면 포스팅 금액은 피츠버그 구단에 귀속되고,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무산된다. 포스팅시스템은 독점 계약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선수로선 다소 불합리하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마냥 높은 연봉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쓸 선수라면 정당한 대우와 자존심을 세워줄 것을 피츠버그 구단에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강정호에 대한 현지 평가는 여전히 반신반의다. 한국의 기록적인 타고투저가 유격수로 뛰면서 타율 3할5푼6리-40홈런-117타점을 기록한 강정호의 방망이 파워를 희석시키고 있다. 피츠버그 지역지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은 이날 '강정호의 계약은 홈런이 아닐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사를 실었다. 강정호가 검증되지 않은 선수이며 피츠버그의 내야는 이미 꽉 차 있다고 지적했다. 백업 내야수를 위해 거액을 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실패사례로 인도출신 린쿠 싱과 일본인 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들었다. 싱은 2009년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피츠버그에 입단했지만 메이저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12년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88마일 패스트볼은 배팅볼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와무라는 2010년 피츠버그에 입단했다가 부진으로 방출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