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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만]재신임 받은 구자철, 과연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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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26·마인츠)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4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 45분만 소화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주장 완장을 찼으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전반 16분 골포스트를 강타한 손흥민의 슈팅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인상적 장면이었다. 후반전 투입된 포지션 라이벌 남태희(24·레퀴야)가 펄펄 날면서 상대적으로 구자철의 부진은 더 커보였다. 주전 자리를 사실상 남태희에게 내준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병풍을 자처하고 나섰다. "언론에서 (구)자철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자철이는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선수다.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었고 동료들도 그를 잘 따라가려 하고 있다." 사우디전 부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팀 전체가 부진했지 구자철 혼자 부진하지 않았다. 과도한 비난이 집중되는 게 개인적으로 많이 불편하다." 박건하 A대표팀 코치도 "오랜만에 치르는 실전이었다. 처음에 조금 긴장했고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 100%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고 부진의 이유를 찾았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구자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갖는 오만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 선발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구자철을 낙점했다. 당초 남태희(24·레퀴야) 이근호(30·엘 자이시) 등 다른 공격수들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다. 주장 완장을 맡길 만큼의 신뢰와 사우디전 부진이 오만전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포석으로 보인다.

구자철에게 아시안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박주영(30·알샤밥)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당시 A대표팀을 지휘하던 조광래 감독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박주영은 A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다. 새 얼굴의 활약이 절실했다. 구자철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여러 전술 시험 끝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낯선 포지션이었지만,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공격가담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기대하지 않은 득점력까지 폭발했다.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6개월 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구자철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4년 전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있다. 최근 구자철은 너무 포워드처럼 움직인다. 지나치게 전진하다보니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플레이메이커의 자리다. 볼을 많이 터치하며 템포와 공격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우디전 전반전에 대표팀이 부진했던 이유는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의 부재를 메워줘야 할 중원의 부진이 컸다. 구자철이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한국영(25·카타르SC)과 박주호(28·마인츠)의 부족한 패싱력을 커버해 줘야 하는데 너무 투톱처럼 움직이다 보니 그런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구자철이 마인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땐 어김없이 중원부터 전진했던 순간이다. 오히려 중앙 보다 왼쪽 측면에 포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일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 머물기 보다는 허리까지 내려올 필요가 있다. 캡틴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