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자리는 언제나 세 번째였다.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2010년 12월 13일, 조광래 감독 체제로 전환한 A대표팀의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대비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성인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2009년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꼬박 2년여 만에 얻은 결과였다. 1m92의 체격과 순발력을 두루 갖춘 김진현은 데뷔와 동시에 '벚꽃군단의 수호신'으로 불리우며 세레소 오사카의 주전 자리를 잡았다. 대표팀에서도 기량이 만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앞에는 정성룡(30·수원)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김진현은 꾸준히 소집명단에 포함됐으나, 정성룡 이범영(26·부산) 김승규(25·울산)의 뒤에 가린 백업 골키퍼였다. 최강희 감독 체제로 바뀐 2012년 5월 30일 꿈에 그리던 A매치에 데뷔했다. 하지만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이었고, 김진현은 4실점을 하면서 무너졌다. 그렇게 기회는 사라지는 듯 했다.
2년이 다시 흘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었다. 으레 정성룡 김승규를 돕는 자리에 머무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김진현이었다. 10월 10일 파라과이전(2대0승)에 이어 11월 18일 이란전(0대1패)까지 골문을 맡겼다. 오만전을 앞두고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평가전 선발라인업에도 김진현의 이름을 올렸다. 사우디전에서도 안정된 방어능력을 선보이면서 2대0 완승에 일조, 정성룡 김승규와 주전 자리를 놓고 겨룰 실력을 증명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전 선발 라인업에 김진현을 포함시켰다.
김진현의 강점은 뛰어난 반사신경이다. 뛰어난 체력과 위치 선정 능력을 앞세워 잇달아 슈퍼세이브를 만들어 냈다. 제공권 장악 능력도 탁월하다. 다만 순간 집중력 부족으로 위험천만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심심찮았다. 9월 5일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 실점과 4일 사우디전 전반 초반 볼처리 미스 등 불안감을 내비친 바 있다. 국제무대 데뷔전인 오만전에서도 긴장감을 다스리는 게 관건으로 점쳐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