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타자는 스나이더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 구체적인 시즌 구상을 끝내놓는다. 한 해 동안 선수들을 어디서 어떻게 쓸 지를 미리 결정하는 셈이다. 특히 주전과 비주전, 또는 육성할 선수들을 미리 구분해 놓는다.
선수들은 확실한 생각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 주전들은 팀이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역할을 찾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한다.
당장 2015년 넥센의 화두는 '강정호의 빈자리'다. 주전 유격수는 누가 될 것이며, 강정호의 타순은 누가 맡느냐가 숙제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윤석민에게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줄 생각이다. 그리고 4번 타자 박병호의 뒤를 받칠 짝꿍으로는 스나이더를 점찍었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조쉬벨의 대체선수로 LG 트윈스에서 뛰었다. 정규시즌 때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포스트시즌 때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보면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장타력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넥센과의 궁합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면, 스나이더의 장타력이 배가될 수 있다. 넥센도 이러한 기대를 갖고, 오랜 시간 지켜본 스나이더에게 손을 내밀었다.
넥센으로선 박병호 다음에 나서는 타자가 강해야만 한다. 만약 다음 타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면, 일발장타를 때려내는 홈런왕 박병호와 승부를 피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강정호가 있었기에 박병호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강정호 대신 스나이더와 호흡을 맞추게 될 4번 타자 박병호는 "모두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데, 만나봐야 알겠지만 잘 할 것 같다. 같이 중심타자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맞이한다는 기대감이 있다. 한국무대 2년차이기에 적응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이 밝힌 넥센 타순은 서건창-이택근-유한준-박병호-스나이더-김민성-(강지광, 이성열)-(윤석민, 김하성)-박동원이다. 강정호의 자리를 스나이더가 채웠을 뿐, 큰 틀의 변화는 없다. 그만큼 스나이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염 감독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라며 "모든 포지션이 불안하다. 지난해에도 내 생각대로 된 게 5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과연 스나이더가 넥센의 핵타선에서 강정호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도록 활약해줄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