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들의 기량은 아시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슈틸리케호의 핵 '쌍용'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볼턴) 얘기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쌍용'의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 아시안컵이다. 생애 첫 아시안컵의 추억은 2011년 카타르 대회였다. 거침이 없었다. 이미 스타 반열에 올라있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출중한 기량을 뽐냈다. 당시 기성용은 안정된 공수 조율 뿐만 아니라 '택배 크로스'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 이청용은 두 골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골맛을 봤다.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달성의 주역이었다. 둘은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히트상품이 됐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에서도 '쌍용'은 '명불허전'이었다.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 등 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이제 기성용과 이청용을 빼놓고 한국 축구를 논할 수 없었다.
또 다시 4년이 흘렀다. '쌍용'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각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입지를 굳혔다. 당연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수장이 바뀐 A대표팀 내 입지도 탄탄했다. 지난해 10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부동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우측 윙어였다. 이들의 자리를 위협할 경쟁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쌍용'이 빠진 스쿼드는 '팥 없는 붕어빵'이었다. 이들의 공백은 4일 사우디아라이바와의 평가전에서 잘 드러났다. 살인적인 리그 일정을 마치고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 중인 슈틸리케호에 뒤늦게 합류했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이날 휴식을 부여받았다. 이들의 빈 자리는 90분 내내 느껴졌다. 박주호(마인츠)와 한국영(카타르SC)으로 구성된 중원에선 공수조율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답답한 공격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조영철(카타르SC)과 한교원(전북)이 뛰었던 오른쪽 측면도 살아나지 못했다. 이청용의 전매특허인 상대 문전을 혼란에 빠뜨리는 움직임이 부족해 보였다. 답답한 공격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딱 맞아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핵심요원이 빠진 상태로 사우디전을 치렀다"며 '쌍용'의 절대 필요성을 얘기했다.
두 번째 아시안컵에서 '쌍용'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다. 지난 4년간 런던올림픽(2012년), 브라질월드컵(2014년) 등 많은 국제대회를 치렀다. 이제 20대 중후반이 된 이들은 좀 더 성숙해졌고, 축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번 대회에서 '쌍용'의 가치는 2011년 카타르 대회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2014년 현역 은퇴)에 버금간다.
'쌍용'은 오는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캔버라 스타디움)에 컨디션을 맞추고 있다. 순조롭다. 이들은 슈틸리케호의 플랜 A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