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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부활하려면 조급함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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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그 어느 시즌보다 재미를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마음이 급하다. 올 시즌 '배구 명가'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5일 현재 8승12패(승점 28)를 기록, 한국전력(10승8패)과 승점은 같지만 다승에 밀려 5위에 처져있다. 2위(14승6패·승점 40)를 마크했던 지난 시즌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4라운드는 시즌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분수령이다. 현대캐피탈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구단 프런트는 외부환경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수들의 식사 등 경기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독려도 잊지 않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만나면 떨어진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격려의 말을 남긴다.

결국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경기력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될 듯 될 듯 하면서, 되지 않고 있다. 최근 4연패에 대해 분석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우선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지난 4경기에서 2경기를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다 내리 2세트를 내주고 2대3으로 패했다. 지난해 12월 21일 LIG손해보험전과 1월 4일 OK저축은행전에서 같은 패턴으로 졌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항상 2-1로 이겨놓고 4세트 출발이 나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또 리드를 하다가도 계속 따라 잡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고 있어도 '또 뒤집히면 어떻게 하지'란 부정적인 생각들이 선수들의 뇌리에 엄습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심리 컨트롤은 김 감독의 몫이다. 김 감독 스스로 조급한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은 더 불안해진다.

2%가 부족해 보이는 운영의 묘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최근 풀세트 접전이 펼쳐지면 항상 5세트에 베테랑 세터 최태웅을 기용한다. 5세트에서 세터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풀세트에서 김 감독의 최태웅 기용은 실패였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실패했을 때의 여파는 크다. 4세트까지 팀을 이끌던 신인 세터 이승원도, 5세트 승리를 책임지지 못한 최태웅도 함께 사기가 꺾기게 돼 있다. 중요한 순간 감독의 믿음은 선수를 춤추게 할 수 있다. 특히 신인에게는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전략도 더 세밀해야 한다. 경기에 몰입하면 감독이 상대 흐름을 끊는 타이밍을 놓칠 때가 있다. 이 때 코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조언자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세밀함도 요구된다. 경기가 안풀릴 때는 과감하게 한 곳만 노리는 전략도 필요하다. 가령,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에게만 서브를 집중적으로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경기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면에서 현대캐피탈은 너무 보수적인 플레이를 고집한다. '변해야 산다'는 말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현대캐피탈 부활의 열쇠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