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점 만점을 줬다. 누가 나와도 든든했다.
골키퍼는 슈틸리케호 주전 경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5·울산) 정성룡(30·수원)이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였다. 셋의 장단점이 뚜렷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확실한 '넘버1' 구도 대신 '로테이션' 체제로 아시안컵을 운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4일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은 아시안컵 주전 구도를 점칠 수 있는 마지막 장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김진현에게, 후반 김승규에게 차례로 기회를 줬다. 정성룡은 가벼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치열한 주전 경쟁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김진현과 김승규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진현은 판단력과 타이밍, 슈팅 방어까지 흠잡을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21분 상대의 패스를 막기 위해 뛰어 나온 모습과 31분 코너킥을 걷어낸 동작은 빛나는 장면이었다. 특히 28분 알 아비드가 예측 못한 상황에서 날린 오버헤드킥을 막아낸 것은 이날 활약의 백미였다. 물론 전반 6분 킥실수는 다소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엄지를 치켜 올릴 만한 활약이었다.
'대세' 김승규도 김진현에 못지 않았다. 독기가 느껴졌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확실한 주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김승규다. 그러나 A대표팀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평가전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공중 장악은 물론 특유의 반사신경 능력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후반 39분 알 샴라니가 오른쪽에서 넘어들어오며 날린 강한 슈팅을 막아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대의 침투패스에 한발짝 빨리 나와 반응한 판단도 훌륭했다. 다만 걷어낸 볼이 멀리 가지 못한 것은 옥에 티였다.
김진현과 김승규의 활약으로 슈틸리케호는 마지막 평가전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수비의 불안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골키퍼들의 활약이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 골문을 촘촘하게 막아 줄 이들에게 만점을 준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