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어게인'이다.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3일 방송된 '토토가'에는 터보 S.E.S 김현정 쿨 소찬휘 지누션 조성모 이정현 엄정화 김건모가 출연, 1990년대 전성기 시절의 무대를 꾸몄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때 그시절 스타들의 무대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려 2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는 지난해 '무한도전'의 기록 중 최고치다.
출연진들의 피드백도 좋았다. 엄정화는 "영화 촬영으로 출연을 포기했는데 션의 전화가 왔다. 녹화 4일 전 출연을 결정하고 하루 전날 멤버가 모두 모였다. 녹화 전 한 시간 연습하고 걱정했는데 음악이 시작되자 몸이 동작들을 기억했다. 추억을 확인할 시간을 줘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당시의 히트곡 제조기들도 감격에 겨웠다. 주영훈은 "'토토가'를 보며 많은 추억이 스친다. 그 음악과 보낸 나의 2~30대. 신나는 음악들인데 눈물이 난다"고, 윤일상은 "재밌는 장면에서도, 신나는 장면에서도 벅찬 눈물이 흘렀다. 내가 20대 시절 만든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후폭풍 역시 역대급이었다. 방송 전부터 온라인은 '토토가' 관련 소재들로 도배됐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는 터보 '러브 이즈'가 18년 만에 2014년 12월 5주차 KT뮤직 음악 사이트 지니 실시간 누적차트 1위를 차지했고, 김건모 '잘못된 만남' 역시 4일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이밖에 엄정화 '포이즌', 소찬휘 '티어스', 지누션 '말해봐' 등 출연 가수들의 히트곡이 모조리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20여 년만의 '떼거지' 차트 역주행 현상이 벌어진 것.
사실 '토토가'가 처음부터 대박을 예고한 코너는 아니었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나는 가수다'를 합친 박명수와 정준하의 단순한 아이디어는 MBC 소속 PD들에게 "식상하다"는 혹평을 받았고 제작비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토토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추억'과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 타겟층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추억'에 초점을 맞춰 재미를 본 작품은 많았다. 영화 '써니'가 그 대표작이었고, 이를 통해 쎄시봉 열풍을 비롯한 '7080 리마인드 타임'이 이어졌다. 이후로도 '추억팔이'의 대상은 7080 세대로 한정됐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타겟층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부터 포커스는 8090 세대를 향하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이 스타트를 끊었고 '미생'과 '토토가'가 8090 대상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 관계자는 "8090 세대는 분명 문화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서태지와아이들을 비롯해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탄생했고 팬덤문화가 시작됐다. 앨범을 사지 않으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희소성, 직접 뛰어다니지 않으면 '오빠들', 혹은 '언니들'의 소식조차 들을 수 없다는 간절함 등이 당시 팬덤을 거대하고 끈끈하게 만들었다. 내 가수가 입었던 모든 의상, 예를 들면 H.O.T의 캔디 모자나 벙어리 장갑, 젝스키스의 '배드 보이' 의상 등이 길거리를 휩쓸고 다녔을 정도의 충성심은 8090 세대에게만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일명 '중도하차' 혹은 '갈아타기'도 팬덤 내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그 시절 좋아했던 것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들에 비해 폭발력이 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응답하라' 시리즈나 이번 '토토가'를 봐도 알 수 있듯 타겟은 8090 세대로 넘어왔다. 예능 프로그램은 특히 젊은 감각에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10대들은 학원이나 학교 스케줄에 바빠 TV와 멀어졌다. TV를 아예 안보는 친구들도 많고 예능은 포기하고 드라마에 올인하는 경우도 있다. 또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8090은 다르다. TV나 라디오를 친구삼아 자라왔던 세대다. 스마트폰보다 TV 리모컨이 익숙한 세대다. 그래서 예능은 물론 드라마까지도 8090 세대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