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30세에만 접어들어도 은퇴를 앞둔 '노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학적인 체력관리와 웨이트트레이닝 기법이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평균 활동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의 30세는 야구를 막 꽃피우는 시기로 여겨진다. '40세'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코치를 할 나이라고 여겼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현역도 문제없는 나이로 받아들여진다.
'마흔의 새출발'을 앞둔 두 선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에 새 둥지를 튼 투수 임경완(40)과 내야수 권용관(39)이다. 한국 나이로는 각각 41세와 40세의 베테랑들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산전' '수전'에 '공중전'까지. 지금껏 안 치러본 전장이 없다.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선수들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새 출발'을 꿈꾸고, 그 기회를 열어갈 곳이 한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바로 한화 사령탑이 김성근(73) 감독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이들을 불러모아 새 기회를 부여한 이가 바로 김 감독이다. 임경완과 권용관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감독이 불렀기에 한화로 왔다. 그렇게 새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의 '특혜'나 '배려'는 없었다. 임경완과 권용관은 각각 전 소속팀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인물들이다. 끝끝내 '미생'에 머물고 말았다. 그런 이들에게 김 감독은 다시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문만 살짝 열어줬을 뿐,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지 여부는 오로지 선수 본인에게 맡겼다.
방출된 두 선수에게 김 감독은 한화에서 재기에 도전하라는 연락을 했다. 임경완은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후배들과 박박 굴렀다. 테스트나 마찬가지였다. 권용관 역시 그간의 커리어나 김 감독과의 오랜 인연은 접고, 처음부터 다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김 감독의 '합격' 판정은 그 테스트 이후에야 겨우 나왔다.
김 감독이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체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후배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졌다고 쉽게 내보내는 그간의 구단 관행을 김 감독은 거부한다. 김 감독이 보기에는 아직도 얼마든지 효용가치가 있는 자원이 타의로 폐기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 남은 여력을 이끌어내 팀에 이롭게 해왔다. 이전 LG나 SK 감독 시절에도 김 감독은 타 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들을 많이 데려와 활용한 적이 많다.
김 감독의 제안에 결국 한화의 정식선수가 된 임경완과 권용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불타고 있다. 마치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여기까지구나' 싶었던 야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쓸 수 있게된 덕분이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40대에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마흔, 다시 '플레이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