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롯데 강민호에게 훈장이었던 75억원은 지금 주홍글씨다. 2013년 롯데가 4년간 75억원을 안겨줄 때의 환호는 1년만에 거친 아우성으로 바뀌었다. 타고투저의 광풍속에서도 강민호는 타율 0.229, 16홈런, 40타점으로 주저앉았다. '먹튀 논란.' 선수들에게는 가혹할지 몰라도 팬들은 정확하다. 다만 눈여겨볼 거액FA계약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 논리다. 지난해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400억원)의 초대형 FA계약을 한 추신수는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4월 "벨트레가 FA계약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내게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들면서 조언했다. '팀이 너와 큰 계약을 한 것은 앞으로 더 잘해달라는 것 보다는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그 기록을 바탕으로 거액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라는 말을 해줬다. 지금의 계약은 그전에 올렸던 기록과 성적에 대한 보상이니까 큰 계약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갖지 말라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마음고생을 한 추신수의 스트레스가 엿보인다. 부담감을 털어내라며 팀동료에게 기대보다는 보상을 더 강조한 벨트레의 배려일 수도 있다. 아무튼 FA계약이 향후 활약보다는 지금까지의 성적에 대한 보상 측면도 존재함을 환기시켜줬다. FA계약은 분명 양면성이 있다.
구단이 FA계약을 염두에 둘때 고려사항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FA잔류의 경우 단순 성적과 팀역할을 넘어 팬심 등 마케팅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더 그렇다. 새로운 영입은 출혈이 훨씬 크다. 두산은 장원준을 롯데에서 데려오면서 선수몸값(4년간 84억원)에 보상선수(정재훈), 여기에 직전 연봉 200%(6억4000만원)까지 줬다. 국내 각 구단은 거액FA계약에 명운을 건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수년간 지속됐지만 FA영입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전력상승 변수가 없다. 운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외국인선수 활약은 길게보면 엇비슷하다.
FA는 어찌보면 주식시장과 흡사하다. 흑자(성적)를 많이 냈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몸값)가 정비례 하지 않는다. 적자일 지라도 정책변수, 미래변수가 뒤엉키면 큰 폭으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기대 심리가 투자 데이터를 넘기 일쑤다. FA역시 당해 FA신청선수 수와 신생팀 존재여부, 경기전망(모기업 자금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몸값이 결정된다. 10승투수는 40억원, 15승투수는 80억원, 이런 식으로 고착화되지 않는다. 해서 'FA농사', 'FA베팅'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차피 투자는 불확실한 미래와의 확률 싸움이다. FA로 재미를 보는 팀들은 해당선수를 면밀히 관찰하고, 향후 소속팀과의 융합능력 등을 고려해 판단미스를 줄인다. 반면 FA로 돈만 날리는 팀의 특징은 유동적인 시장상황에 부화뇌동하다가 '일단 데려와 놓고 보자'며 성급하게 지갑을 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FA에 대한 시선은 뜨거울 전망이다. 장원준을 비롯해 삼성 윤성환(4년간 80억원), SK 최정(4년간 86억원) 등 초대형 FA계약이 프로야구를 들어다놨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이들을 둘러싼 논쟁은 심화될 것이다.
큰 돈을 거머쥔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부담감을 호소할 수 있지만 프로선수라면 평가를 외면하고 살 순 없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잣대는 현재 성적이 될 것이다. 과거 성적은 해마다 연봉상승으로 일정부분 보상받았다는 시선이 많다. 사실 기대심리가 없다면 한번도 15승에 도달하지 못한 30대 중반의 투수에게 80억원을 안기고, 통산 방어율 4.18에 10승 언저리를 맴돈 투수에게 86억원을 쾌척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