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수급사업자에게 '갑의 횡포'를 저지른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1일 "CJ대한통운이 수급사업자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경영상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9월 화물 운송과 관련한 H사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화물 운송 주선업체인 K사에 선적 방식, 운송 방법, 비용 절감 방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의뢰했다. 당시 K사의 제안 방식대로 500t의 화물을 브라질까지 옮기는 운송작업 입찰에 참여한 CJ대한통운은 수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화물 운송건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무효가 됐다.
그 뒤 CJ대한통운은 수급사업자인 K사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로 인해 K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을'의 입장인 K사가 CJ대한통운과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10월 작업에 들어갔던 것. 당시 K사는 해당 운송에 필요한 선박을 160만달러에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선사와 체결했다
CJ대한통운과 K사가 합의한 계약금액은 선박을 빌리는 데 필요한 220만달러와 화물 운송 등에 필요한 작업 비용 65만달러 등 총 285만달러(약 30억원)다. 이중 K사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받은 돈은 57만달러가 전부다.
결국 CJ대한통운의 일방적 통보 이후 K사는 거액의 계약 취소료를 네덜란드의 선사에 지불하게 됐다. 상시 종업원 수가 11명에 불과한 K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계약서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금액에 대한 권리 행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CJ대한통운의 계약서 미발급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 위탁을 마음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관련 법규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과 계속 거래를 해온 중소업체 K사 입장에선 계약서를 쓰기 전엔 일을 할 수 없다고 당당히 자기주장을 하기는 힘들 없을 것"이라며 "정황을 놓고 보면 CJ대한통운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간 듯하다"고 봤다.
현재 CJ대한통운과 K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공정위는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후 전원회의나 소회의를 통해 CJ대한통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지난 3분기에 매출 1조1343억원, 영업이익 412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693.0% 급증했다.
4분기 실적 전망 또한 좋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국내 택배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다, 업계 성수기 효과를 등에 업고 4분기엔 첫 500억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톱 5'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CJ대한통운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눈물' 속에 이뤄진 것이라면, 이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상황.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승석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 창립 84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효시인 CJ대한통운의 역사는 국가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국가, 사회에 책임을 다해온 역사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