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 치열했던 연예대상 시상식이 마무리됐다.
시상식 결과 '유느님' 유재석이 KBS와 MBC에서 대상을 타며 트리플크라운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능 대부' 이경규가 SBS에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아내며 유재석의 독주를 막아냈다. 뜨거운 화제 속에 막을 내린 지상파 3사 연예대상. 그 면면을 되짚어봤다.
▶ 시청률, KBS 웃고 SBS 울고
시청률 면에서 단연 돋보인 건 27일 방송된 'KBS 연예대상'이었다. 'KBS 연예대상'은 1부가 14.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부가 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은 14.7%. 이는 기존 시간대에 방송되던 '연예가중계'나 '인간의 조건'보다 두 배에 가까운 기록이며, 2부 방송 시간대에 선보인 MBC '세바퀴',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정규 방송보다도 높은 수치다. '개그콘서트',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 시즌3' 등 올한해 화제작이 집중돼 있었기에 시청자의 관심도 쏠렸다는 평이다.
MBC '방송연예대상'은 2위를 차지했다. 29일 방송된 '방송연예대상' 1부는 13.6%, 2부는 14.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시청률은 14%. 이는 'KBS 연예대상'보다 0.7% 포인트 낮은 수치다. 30일 방송된 'SBS 연예대상'은 최하위에 그쳤다. 1부는 9.2%, 2부는 11.5%의 시청률을 보이며 평균시청률 10.35%로 마무리됐다.
▶ 공정성 어땠나
3사 모두 비교적 공정한 시상을 진행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눠주기 시상'은 지적을 받고 있다. 수상 부문을 지나치게 세분화 하거나, 새로운 수상 부문을 만들었다는 것.
우선 KBS는 최우수아이디어상, 최고엔터테이너상, 베스트팀워크상 등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각 수상 부문을 코미디 부문과 쇼오락 부문으로 나눠 총 18개 부문 시상을 진행했다. MBC는 좀더 세분화됐다. 각 수상 부문을 버라이어티 부문과 뮤직토크쇼 부문으로 나눴고, 특별상(가수, 버라이어티, 팀워크, MC)과 인기상(특별, 가수, 버라이어티, 뮤직토크쇼)은 4개 부문으로 쪼갰다. SBS 역시 각 부문을 버라이어티 부문과 쇼 토크쇼 부문으로 나누고 베스트엔터테이너상, 베스트패밀리상, 베스트팀워크상 등을 만들어냈다. 가수나 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늘어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개그맨이 아닌 이들이 상을 휩쓰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상 분야를 세분화해 상을 남발하는 시상식이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공동수상. KBS는 방송작가상(김지은 김정선), 프로듀서 특별상(이휘재 송일국), 최고엔터테이너상 버라이어티 부문(정형돈 정준영) 등 3개 부문에서만 공동수상이 이뤄지며 깔끔한 시상식을 마쳤다. SBS도 예능뉴스타상(조세호 이국주 김일중), 베스트엔터테이너상(예지원 박정철 류담), 작가상(신진주 심은하 김종선), 라디오DJ상(공형진 김지선 김일중), 코미디 우수상(김현정 장홍제 박영재) 등 일부 부문에서만 공동수상을 하며 비교적 심플하게 시상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MBC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MBC는 최우수상 버라이어티(정준하 서경석), 최우수상 뮤직토크쇼(김국진 윤종신), 남녀우수상 버라이어티(박건형 전현무, 라미란 홍진영), 남녀신인상(송재림 헨리 유라 혜리), 우정상(김수로 샘해밍턴), 특별상 버라이어티(안정환 홍은희), PD상, 인기상 특별(윤후 정세윤 임찬영 안리환 김민율 성빈), 인기상 버라이어티(김성령 김광규), 인기상 뮤직토크쇼(김소현 민호 지코), 뉴스타상(강남 육중완 파비앙 임형준 홍종현 김소은 남궁민) 등 대부분 공동 수상이 이뤄지며 의미를 퇴색하게 했다.
▶ 주인공보다 더 핫했다, 김준호
시상식 결과 유재석은 KBS2 '해피투게더'와 MBC '무한도전'으로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경규는 SBS '글로벌 붕어빵',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SBS에서 처음으로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두 사람 모두 각 방송사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 특히 MBC는 시청자 투표로 수상 결과를 가려 유재석의 대상 수상에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주인공보다 더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바로 김준호다.
김준호는 현재 코코엔터테인먼트(이하 코코) 횡령 사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코 김 모 대표이사는 수년간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료를 포함, 수억 원을 횡령하고 잠적했다. 이에 코코 측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김 대표이사를 형사고소 했으나 이미 해외로 잠적한 터라 코코는 파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의 소속 개그맨이 지난 9월 이후 출연료나 계약금을 받지 못해 전속계약해지를 요청했고, 매니지먼트팀 홍보팀 공연팀 회계팀 등 직원 30여 명도 지난 두 달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퇴사를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위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후배들은 남았다. 김준현은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힘든데도 시청자분들을 웃기려고 노력한다. 많이 걱정하시는데 똘똘 뭉쳐 잘 이겨내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SBS 연예대상에서 뉴스타상을 받은 이국주는 "가장 힘드신 분은 김준호 선배가 아닌가 싶다. 배신하지 않고 똘똘 뭉쳐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김현정(코미디 우수상), 홍윤화(코미디 최우수상) 등 후배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져 감동을 더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