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을미년, 대한민국 스포츠는 슈틸리케호가 문을 연다. 4년 만에 열리는 아시안컵이 9일 호주에서 개막된다. 한국은 10일 무대에 오른다.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에선 쿠웨이트(13일), 3차전에선 개최국 호주(17일)와 격돌한다. 55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한국 축구는 1956년, 1960년 1, 2회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정상과 인연이 없었다.
2007년 8월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7년 만의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선장이다. 지난해 9월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그는 지도자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취임 일성은 이기는 축구였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 어떤 날에는 티키타카(패스 축구)가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어느 날에는 공중볼이 중요하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하는 게 중요하다."
호주아시안컵의 키는 슈틸리케 감독이 쥐고 있다. 변화의 파고는 높다. 기존의 유럽파에 중동파가 주류 대열에 합류했다. 깜짝 발탁도 있었다. 박주영(알 샤밥)이 제외되고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이정협(상주)이 승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을 통해 처음으로 진정한 시험대에 선다. 그가 꿈꾸는 2015년과 아시안컵을 해부했다.
▶우승, 공수표는 없다
아시아 무대, 팬들의 눈높이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공수표를 거부했다. "우승은 장담할 수 없다." 그의 솔직한 심경이다.
우승보다 더 높은 가치로 '최선'을 꼽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발간하는 '온사이드' 신년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코칭스태프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은 약속할 수 있다. 4차례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가지고 열심히 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며 "다만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대회 우승 여부는 여러 외부적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력만으로 우승컵을 거머쥘 순 없다.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한다. 부상, 징계 등 외적 변수 대해서도 잘 대응해야 한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냉정한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상 아시아 3위다. 아시아 1, 2위는 이란과 일본이다. 당연히 랭킹에서 앞선 일본과 이란이 좀 더 우승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들어올때는 지금보다 랭킹을 끌어올리고 환영받으며 귀국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2014년 FIFA 랭킹을 69위로 마감했다.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이란(51위)과 일본(54위)에 이어 세 번째다.
조별리그 시나리오는 첫 단추를 잘 꿰겠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호주와의 경기인데 그전까지 최대한 승점을 쌓는 것이 목표다. 호주 뿐만 아니라 일본, 이란 등과도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만, 쿠웨이트전에서 승점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호주를 상대하겠다"고 덧붙였다.
▶2015년 화두는 즐거운 축구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사이트에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를 했다. 한국어로 "여기는 호주입니다"라며 말문을 연 그는 스페인어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5년에는 하시는 모든 일이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다시 한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화두로 즐거운 축구로 꼽았다. 그는 "즐거움이 없는 삶은 따분할 뿐이다. 우리 대표팀이 즐거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며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려는 우리 대표팀의 노력이 새해에는 반드시 현실화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축구는 호주아시안컵에서 '타임 포 체인지(TIME for CHANG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이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즐거움과 변화가 호주에서 공존하고 있다.
아시안컵에 이어 올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8월에는 동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직접 오든, TV로 보든 우리 축구를 보며 나의 축구 철학을 이해하고 대표팀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봐 주는 것"이라며 "대표팀도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국민도 대표팀을 응원하고 성원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한국 축구는 아팠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다. 한국 축구는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전진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 운명을 이끌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