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원주종합실내체육관 인터뷰실. 이날 KGC전에서 맹활약을 한 동부 김주성과 허 웅이 나란히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김주성은 어시스트 1개 모자란 트리플더블급 맹활약(14득점, 12리바운드, 9어시스트)을 했고, 허 웅 역시 12득점, 2어시스트로 좋은 역할을 했다. 특히 두 선수는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았다. 승부처에서 확률높은 공격으로 동부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은 "수비에 실책이 많았다. 전반전 끝나고 미팅을 통해 팀 조직력을 잡은 게 승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개인기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진에서 물어보자 그제서야 "경기종료 3분여를 남기고 알았다. 어시스트 1개가 모자랐는데, 억지로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 대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베테랑의 풍모가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허 웅은 "대학 때 배우지 못한 세밀한 팀 패턴이나 수비를 계속 익히고 있는 중이다. 옆에 김주성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김주성(36)은 동부의 맏형이다. 허 웅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신인이다. 14년 차이가 난다.
공교롭다. 13년 전이다.
2002년 당시 TG삼보의 대형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주성이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창진 감독과 허 재 감독이 김주성을 뽑고 일제히 환호했다. 당시 현역생활을 하고 있던 허 감독은 김주성을 극진히 보살폈다. 허 감독은 나란히 인터뷰장에 들어오면 항상 "김주성이 너무 잘한다"고 극찬을 했다. '외국인 선수와의 싸움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신인치고 이렇게 견디는 선수가 어디있나. 이 정도는 엄청나게 잘하는 것"이라고 적극적인 보호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김주성과 허 감독의 아들 허 웅이 나란히 인터뷰장에 앉아 있었다. 김주성은 맏형이었고, 허 웅은 막내였다.
김주성은 "당시가 기억이 난다. 허 감독님이 정말 나한테 잘해주셨다"며 "그때 허 감독님과 나도 14살 차이였다. 웅이와 내 나이 차이와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 감독님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받은 만큼 허 웅에게 코트에서 운동쪽으로 모든 것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때 스타일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허 웅은 과감히 버릴 줄도 알고 팀 플레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아직도 좀 부족하지만, 프로농구에 대한 적응을 한다면 팀의 당당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활동력이 좋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선수"라고 했다.
허 웅은 김주성이 말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13년 전 허 감독이 얘기할 때 옆에 있던 김주성의 얼굴과 표정이 비슷했다.
허 웅은 "8700득점을 하신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선배와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 많이 가르쳐 주신다"고 했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